2023 농협 현장경영 결산
입력 : 2023-06-29 16:46
수정 : 2023-07-03 15:53
Second alt text
8일 경북 안동 경북농협본부에서 열린 ‘2023 경북·대구농협 현장경영’에서 지역 농·축협 조합장들이 올해 농협중앙회가 추진하고 있는 주요 사업에 관한 설명을 집중해 청취하고 있다. 김병진 기자

5월 중순부터 순차적으로 열린 ‘2023 농협 지역본부 현장경영’이 9일 충북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코로나19 제약이 해소되고,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 이후 처음 열린 현장경영인 만큼 참여 열기가 어느 때보다 거셌다. 일선 농·축협 조합장들은 일손부족, 지역사랑상품권 사용 제한, 농업 재해 증가 등 농촌이 직면한 어려움을 생생히 전하며 중앙과 현장이 한데 뭉쳐 현안을 풀어가자고 당부했다. 

◆조합장 1020여명, 420여건 현안 건의=농협중앙회는 5월18일 전북농협본부를 시작으로 이달 9일까지 모두 9개 권역에서 현장경영을 진행했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과 지역 농·축협 조합장, 농협중앙회 경제·신용 사업 주요 부서장들이 참석해 농업 현안을 놓고 머리를 맞댔다. 현장경영에선 그간 농협중앙회가 추진해온 농정활동 성과와 향후 사업 추진 방향, 농협 유통개혁과 디지털혁신 추진 상황이 상세히 보고됐다. 이어 이 회장과 조합장들은 2시간 가까이 토론해 농업·농촌의 발전방안을 찾았다.

올해 현장경영에는 전국 농·축협 조합장 1111명 가운데 1021명이 참석해 약 92%의 참석률을 보였다. 현안 건의는 현장 발언 138건을 비롯해 모두 427건이 접수됐다. 지난해 약 360건의 현안이 접수된 것과 비교할 때 농협중앙회 운영에 대한 조합장들의 관심이 한층 높아진 셈이다. 강원·경북·경남 등 상당수 지역에선 조합장들이 “마이크 한번 잡기 힘들었다” “열번 손 들어서 발언 기회 잡았다”고 할 정도로 가감 없는 발언이 이어졌다.

여러 현안 가운데 이상기후에 따른 농업 피해와 보전 방안에 대한 논의는 대부분 지역에서 나왔다. 3~4월 저온피해를 시작으로 우박·폭우·구제역 등 각종 농업 재해가 지속되서다. 조합장들은 양파·고추 등 밭작물과 과수에서 발생한 피해를 중앙에 전하며 대책 마련을 요청했다. 한 예로 박경환 경북 서상주농협 조합장은 “4월 갑작스러운 저온현상으로 상당수 포도농가가 피해를 봐 정상적인 수확이 불투명하다”면서 “하지만 포도 농작물재해보험의 피해 산정 방식이 현실과 맞지 않아, 농가들의 보험 가입률이 저조하다”고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지나치게 깐깐한 피해율 산정 기준으로 정상 출하가 불가능한 상품도 정작 재해보험으로 보상을 못 받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현장 의견에 따라 정부와 협의해 제도상 불합리한 부분은 개선해가겠다”며 “재해 발생 시 신속한 피해 조사와 이에 따른 보험금 지급, 농협중앙회 무이자자금 확대 등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논 타작물 재배 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컸다. 특히 조사료 재배 확대를 위한 직불금 단가 인상 요청이 많았다. 콩·조사료 전용 농기계 구입 부담이 크다는 의견도 만만찮았다. 송정훈 전남 나주 봉황농협 조합장은 “올해 농협이 콩 농작업 대행을 할 예정인데 전용 콤바인이 한대당 2억원이 넘어 걱정”이라며 지원 확대를 요구했다. 상황은 충남·전북·경북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농협중앙회는 해결을 위해 주산지 시·군 단위에 공용 농기계를 보급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답을 내놨다.

◆‘일손부족’ ‘농자재값 인하' 목소리 커=지역사랑상품권 사용 제한도 화두였다. 행정안전부가 올 2월부터 매출 30억원이 넘는 농·축협 매장에서 지역사랑상품권 사용을 금지하며, 피해와 불편이 농민들에게 전가된다는 게 대다수 조합장들의 의견이다.

김원오 강원 동해농협 조합장은 “지역사랑상품권 사용 제한으로 인프라가 부족한 농촌 주민들은 말할 수 없는 불편을 겪는다”며 "이처럼 현장과 동떨어져 있고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는 일에 농협중앙회가 앞장서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손부족도 농촌이 당면한 문제다. 조합장들은 외국인 계절근로자 의존도 심화, 무단이탈 증가 등을 언급하며 정부와 농협의 일손 대책 협력을 요구했다.

곽동열 전북 무주농협 조합장은 올해 시작된 공공형 계절근로제의 맹점을 지적하며 정부·농협중앙회 지원을 요청했다. 공공형 계절근로제는 지역농협이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직접 고용해 농가에 파견하는 사업으로 올해 농협 19곳이 참여한다. 그는 “농민들에게 꼭 필요한 사업이지만, 지역농협들은 기상 악화로 근로자를 농가에 파견하지 못할 땐 인건비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는다”며 “이에 대한 중앙 차원의 보전이 필요하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축산 조합장들은 한우가격 하락과 사료가격 인상의 ‘이중고’를 토로했다. 강래수 부산우유농협 조합장은 “정부의 사료구매자금 지원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지만, 지원 자금의 대부분이 사료회사로 가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기요금·사료가격 인상, 축산물가격 하락에 따른 농가 부채 증가율이 상당하다”며 정부와 농협중앙회 관심을 요청했다.

이밖에 ▲과수 화상병 확산 방지 대책 마련 ▲정부 친환경먹거리 예산 확대 건의 ▲정부 콩 수매물량 확대 건의 ▲농협·지방자치단체 협력사업 확대 ▲수출 농업 활성화 지원 대책 마련 등이 논의됐다.

이 회장은 “조합장님들의 새로운 시각과 생생한 목소리를 농협중앙회 운영에 반영하겠다"며 “앞으로 일선 조합장님들과 소통의 기회를 더욱 확대해 현장과 농협중앙회가 더욱 긴밀하게 협력하는 구조를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강원=양재미디어 기자 yjmedia@nongmin.com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