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용 드론 인증 간소화 제도 ‘유명무실’
입력 : 2026-04-24 15:09
수정 : 2026-04-24 15:09
2018년 접수창구 단일화 불구 
홍보 부족 탓 활용은 1건 그쳐 

업체, 제도 변경 몰라 공급 지연 
농가, 마지못해 영농철 구형 구매

유명 휴대전화기가 새로 출시됐지만 손님은 구형 모델만 구매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매장주나 소비자 모두 여간 분통 터지는 일이 아닐 것이다. 이런 황당한 일이 농업용 드론업계에 일어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농업용 드론업체 대다수는 항공안전기술원의 ‘초경량비행장치 안전성 인증’을 받은 후 다시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농업기계 종합검정’을 거친다.

특히 농업용 드론은 기종별로 농진원의 농업기계 종합검정을 최종적으로 통과해야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의 ‘정부지원 농업기계 목록집’에 포함될 수 있다. 지방정부는 이 목록집을 근거로 해당 농기계 구매 비용을 지원한다.

문제는 항공안전기술원의 안전성 인증과 농진원의 종합검정에 적게는 4개월에서 많게는 6개월이 걸린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현장에선 영농철이 다 지난 후 구매하거나, 구형 기종을 울며 겨자 먹기로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실제로 강원 횡성에서 16만5289㎡(5만평) 규모로 콩·배추를 재배하는 최동철씨(55)가 대표적이다. 그는 5년 넘게 사용한 농업용 드론이 자주 고장나자 지난해 최신형으로 교체하려 했지만 끝내 실패했다. 최씨가 희망한 기종이 인증·검정 절차를 제때 마무리하지 못하면서 정부지원 농업기계 목록집에 등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씨는 결국 올초 한 세대 이전 기종을 구매했다.

최씨는 “드론 한대 가격이 3000만원이 넘어 지방정부 지원 없이는 구매하기가 버거운 상황”이라면서 “지나치게 긴 인증·검정 절차는 농가의 구매 의욕을 꺽고 최신 기종에 대한 업체의 판촉활동에도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욱 놀라운 건 관련 당국은 이같은 문제를 진작에 알고 관련 제도를 이미 8년 전 개선했다는 점이다. 2018년 개정된 항공안전기술원의 ‘초경량비행장치 시험비행등 허가 및 안전성인증 업무 운영세칙’ 제26조(무인동력비행장치 접수창구 단일화)에 따르면 신청자는 안전성 인증과 농업기계 검정을 동시에 받을 수 있다.

신청자가 항공안전기술원에 안전성 인증을 신청할 때 농업기계 검정 신청서를 함께 제출하면 항공안전기술원은 접수한 신청서를 농진원으로 송부해 해당 절차를 같은 시기에 진행하게 하는 방식이다. 이 제도를 활용하면 인증·검정 기간이 2∼3개월로 대폭 단축된다.

농진원 관계자는 “농업용 드론 안전성 인증 적체에 따른 민원이 지속되자 2018년 농림축산식품부·국토교통부가 협의해 해당 절차를 간소화하도록 관련 세칙을 바꿨다”고 했다.

그런데 이러한 제도 변경 사실을 아는 업체와 농민은 거의 없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본지가 항공안전기술원·농진원 두 기관을 통해 확인한 결과 2018년 제도 변경 이후 이 방식을 실제로 활용한 사례는 2022년 1건뿐이었다.

농업용 드론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업계에선 인증·검증 절차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을 거의 알지 못했다”며 “이로 인해 9~10월 관련 절차에 돌입하더라도 지방정부의 농가 지원 시점이 길게는 이듬해 3~4월로 늦어져 신제품 공급에 차질을 빚었다”고 토로했다.

항공안전기술원 관계자는 “농업용 드론업체에 해당 제도를 안내해왔지만, 구체적인 진행 절차까지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앞으로는 드론업체와 농가가 불편을 겪지 않도록 관련 제도 홍보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조영창 기자 changsea@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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