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늑구’로 보는 동물원 동물복지 … 이대로 괜찮나 탈출·사살 반복 문제 재점화 흥미 위주 가십거리 이용 우려 정부, 허가제 1년 앞당기기로 국회 토론회선 개선방안 논의 “시설 정리 장기적 로드맵 필요”
“늑구야, 돌아와줘서 고마워.” 4월 한달간 온 국민이 늑대 한마리에 울고 웃었다. 4월8일 대전 중구의 동물원 대전오월드를 탈출했던 늑대 ‘늑구’가 9일 만인 17일 무사히 생포되면서다. 하지만 늑구 사건은 또 다른 쟁점을 우리 사회에 던졌다. 동물원 동물복지 문제가 그것이다.
◆동물 탈출 사건 최초 아냐=동물원 동물 탈출 사건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대전오월드에선 2018년 여덟살짜리 퓨마 ‘뽀롱이’가 탈출했고 2023년엔 경북 고령의 한 관광농원에서 암사자 ‘사순이’가 우리를 벗어났다. 하지만 늑구와 달리 뽀롱이·사순이는 모두 사살됐다.
시민단체인 동물권행동 카라는 4월17일 논평을 통해 “늑구가 살아 돌아온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늑구가 땅을 파고 밖으로 나간 것은 동물의 행동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시설 관리체계의 실패”라고 지적했다.
늑구를 흥미 위주 가십거리로 소비하는 것에 대한 불편함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대전충남녹색연합 등 사회·시민 단체 5곳은 4월20일 대전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전시와 대전도시공사는 늑구를 다시 구경거리로 만들거나 늑구를 이용해 ‘관람객 몰이’를 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 “동물원 허가제 앞당겨 도입”=정부도 동물원 동물복지문제를 개선할 뜻을 내비쳤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4월22일 ‘동물원 안전관리 및 동물복지 향상 대책’을 통해 “2023년말 도입한 동물원 허가제를 당초 계획 시한(2028년 12월)보다 1년 앞당겨 정착시키켔다”면서 “2027년 12월까지 전국 동물원 121곳의 90% 이상을 허가 동물원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관련 담론 형성에 적극적이다. 4월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 주최로 열린 ‘늑구 오월드 탈출 사건으로 본 우리나라 동물원 실태 점검 긴급 토론회’가 대표적이다.
박 의원은 개회사에서 “동물원이 어떤 기준으로 동물을 사육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어떤 방식으로 살피는지를 점검해야 한다”고 했고, 한정애 민주당 의원(서울 강서병·동물복지국회포럼 공동대표)은 “치유·보호를 지향하는 충북 청주랜드 동물원 사례처럼 동물원 운영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동물에게 본능 행동 가능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동물원 복지 기본”=최태규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대표는 주제발표에서 “국내 동물원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낮은 수준의 동물복지”라면서 “동물에게 본능적인 행동을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복지의 기본”이라고 주장했다.
김봉균 공주대학교 특수동물학과 교수는 토론자로 참석해 “동물원 허가제는 기준 미달 동물원을 걸러내는 선별이 핵심인데 90% 이상을 허가 동물원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은 제도 취지를 약화시킬 수 있는 만큼, 정부는 전환 목표 달성에만 집중하지 말고 동물원 시설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장기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보경 기자
=CAPTION=
동물원을 탈출했다가 9일 만에 돌아온 늑대 ‘늑구’가 사육장에서 회복 중이다(왼쪽 사진). 국회 의원회관에서 4월29일 열린 ‘늑구 오월드 탈출 사건으로 본 우리나라 동물원 실태점검 긴급 토론회’에서 주제 발표가 진행되고 있다. 대전오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