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래의 마을·땅·집] 취미든 창업이든 ‘재미있고 가치 있는 일’ 찾아야
[김경래의 마을·땅·집] (54·끝) 전원생활 성공하려면 경치 좋은 땅·잘 지은 집, 외형일 뿐 푹 빠져서 오래 ‘할 일’ 있어야 행복
많은 이가 삶의 질을 높이고 여유를 찾겠다며 전원생활의 길로 들어선다. 도시의 편리함을 뒤로하고 자연 곁으로 돌아가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불안의 시작일 수도 있다. 어떤 이유로 시골 생활을 택하든 가장 먼저 자문해야 할 것은 “그곳에서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다. 경치 좋은 땅과 잘 지은 집은 외형일 뿐이다. 전원생활은 ‘전원’ 그 자체보다 ‘생활’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생활을 지속하게 하는 동력은 결국 ‘일’에서 나온다.
초기 귀촌인들에게는 모든 것이 새롭다. 늦잠을 실컷 자고 주변 맛집을 탐방하며, 강물 소리와 산등성이에 걸린 구름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짧다. 하지만 이러한 즐거움에는 유통기한이 있다. 얼마 못 간다. 전원생활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것은 결국 ‘내가 푹 빠져서 할 수 있는 지속적인 일’의 유무다.
전원생활에서 찾는 ‘일’은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몰입형 취미’다. 도시에서의 일이 생존과 보상을 위한 수단이었다면, 전원생활에서의 일은 때로 비용을 들여야 할 때도 있다. 비록 비용이 들더라도 기꺼이 나를 던질 ‘나만의 일’을 찾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행복이다.
둘째는 ‘수익형 창업’이다. 농사·카페·펜션처럼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한 경제활동을 고민하는 이가 적잖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생계 수단을 넘어선 ‘아이템의 선명성’이다. 어떤 형태든 즐겁게 몰입할 수 있는 주제여야만 전원생활의 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경제적 자립을 이룰 수 있다.
몰입형 취미든 수익형 창업이든, 농촌에서 성공한 이들을 분석해 보면 세가지 공통적인 필수 요소가 있다.
첫째는 주제(subject)가 명확하다. 농장이든 카페든 자신만의 확실한 주제가 있어야 한다. 그 반대라면 결국 우왕좌왕하며 시간만 버리고, 사업이라 해도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둘째는 시간(time)의 뒷심이 있어야 한다. 시골의 시계는 도시보다 느리게 흐른다. 조급함을 버리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 꾸준히 밀어붙일 수 있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셋째는 지속적인 즐거움(joy)이다.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특히 인생의 후반기에 시작하는 일은 결코 고통으로 다가와서는 안된다.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은 노후 생활에서 삶의 질을 높이고 가치를 찾아주는 등대 역할을 한다.
시골에 있는 유명 농장이나 카페 같은 시설을 찾아보면, 그 주인은 한결같이 자신의 일을 사랑하며 선명한 주제를 가지고 충분한 시간을 보냈음을 알 수 있다. 그들에게는 전원이라는 공간 자체가 중요했던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보낸 시간과 해온 일이 중요했다. 결국 그같은 노력 덕분에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고 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생산적인 터전을 일구게 된 것이다.
성공적인 전원생활이란 단순히 시골로 거처를 옮기는 것이 아니다. ‘할 일’을 찾는 과정이다.
김경래 O K시골 대표·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