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시장 뛰어들기 전 ‘크라우드펀딩’ … 디딤돌 역할 톡톡
입력 : 2023-08-29 11:01
수정 : 2023-08-29 11:12
[NH투자증권, 농산물 디지털판로 열다] 
농협창업농지원센터와 손잡고 
상품성 시험해보는 ‘펀딩’ 지원 

참여농가 심승기 파머심슨 대표 

‘국대수박’ 목표금액 초과 달성 

“시행착오 줄이고 자신감 얻어”

‘테스트베드’(시험장)는 제품을 본격적으로 시장에 내놓기 전 일종의 시범 출시 단계다. 성공 여부를 가늠하고 소비자 반응을 토대로 방향도 조정할 수 있다. ‘시행착오’가 ‘실패’로 이어지지 않도록 안전망 역할을 한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에서 수박을 재배하는 심승기 파머심슨 대표(38)는 NH투자증권(대표 정영채)의 ‘농식품 크라우드펀딩’(이하 펀딩)이 온라인 판로에 뛰어들기 전 테스트베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펀딩에 참여해 제가 생산한 수박이 온라인시장에서 경쟁력 있다는 확신을 가졌습니다.”

심 대표는 올 4∼5월 펀딩에 참여해 2105만원의 매출을 거뒀다. 이는 연매출의 12% 수준이다. 이상저온·집중호우 등 자연재해로 올해 생산량(92t)이 지난해(99t)보다 줄었지만, 펀딩에 참여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수익을 확보할 수 있었다.

NH투자증권과 농협창업농지원센터는 2017년부터 농가의 판로 개척을 돕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사업을 펼쳤다. 이 가운데 펀딩은 농가가 네이버 해피빈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약 40일간 상품을 팔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난해까지 136농가가 참여해 투자금 8억8400만원을 확보했다. 올 상반기 기준 참여농가는 12곳으로 9억4000만원을 모았다.

최홍석 NH투자증권 경영전략본부 ESG추진부부장은 펀딩이 농가가 시행착오로 겪는 충격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최 부부장은 “펀딩은 농가가 상품성을 시험해보고 이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어도 방향을 점검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을 한다”고 했다.

심 대표는 주체적인 농업경영자가 되고자 귀농을 결심했다. 서울에서 10년 넘게 직장에 다니며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삶에 회의를 느꼈다. 이에 2022년 고향인 청주로 귀농했다.

40년 가까이 농사를 지어온 아버지와 함께해 양질의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었지만, ‘브랜드화’에 갈망을 느꼈다.

“같은 지역에서 생산한 수박이라고 해도 품종이 무엇인지, 누가 재배했는지 등에 따라 맛이 다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판매 방식으로는 소비자는 어떤 농가가 생산한 수박인지 알고 먹기 어려웠습니다. 아버지와 제가 생산하는 고품질의 수박을 소비자가 인식하고 믿고 먹을 수 있도록 제품을 브랜드화하고 싶었습니다.”

이에 지난해 6월 양동철 농협창업농지원센터 교수를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양 교수와 함께 ‘국대수박’이라는 제품명을 만들고 포장재부터 홍보 문구까지 마케팅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막상 온라인 판로에 뛰어들기까지 두려움이 컸다. 심 대표는 “온라인에서 판매해본 경험이 없어서 잘 팔릴지 확신이 없었다”며 “이에 더해 수박의 특성상 수확시기가 짧아 단기간에 배송할 수 있을지, 배송 중 파손되지 않을지 걱정이 컸다”고 말했다. 고민하는 심 대표에게 양 교수가 펀딩 참여를 제안했다.

심 대표는 펀딩을 통해 온라인 판로에 확신이 생겼다. 그는 “높은 매출은 물론 펀딩이 끝난 후에도 재구매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제가 생산한 수박이 온라인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했다.

시행착오를 줄일 방법을 몸으로 직접 부딪치며 배우기도 했다. 심 대표는 “실제로 온라인 판매에 뛰어드니 택배사 섭외부터 작업 공간 마련 등 고민할 문제가 많았다”며 “펀딩을 통해 한정된 기간에 빠르게 배송을 마칠 방법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마케팅 전략까지 직접 세우며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펀딩 경험을 토대로 내년에는 스마트스토어 등을 기반으로 올해보다 좀더 규모를 키워 온라인 판매 확대에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NH투자증권은 더 많은 농가가 온라인 판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사업규모를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최 부부장은 “펀딩이 지금처럼 농가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 대상을 늘려가겠다”고 했다.

청주=김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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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에서 수박농사를 짓는 심승기 파머심슨 대표(오른쪽)와 양동철 농협창업농지원센터 교수. 심 대표는 NH투자증권이 지원하는 ‘농식품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해 2105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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