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두달 앞 … 쟁점 살펴보니 내년 총선 앞둬 공방 이어질 듯 가루쌀 경쟁력 확보 전략 주목 농지정책 원칙 재점검도 관심 농업재해보험 개선 여부 촉각
국정감사가 약 두달 앞으로 다가왔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진행되는 이번 국감은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띠는 만큼 여야는 정부의 농정 방향과 구체적인 정책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2023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 중 농업분야 주요 이슈를 간추린다.
◆‘양곡관리법’ 공방 2라운드 예고=‘양곡관리법’ 개정문제가 지난해에 이어 올 국감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점쳐진다. 1년 사이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됐고, 정부는 전략작물직불제 확대 등 대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야당은 정부 대안만으로는 쌀값과 농가소득을 안정시키기에 역부족이라면서 최근 ‘제2의 양곡관리법’을 잇따라 발의하고 있다.
국감에서도 전략작물직불제 등 정부의 양곡관리법 개정 대안이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전략작물 생산면적을 올해 약 13만㏊에서 점진적으로 늘려간다는 구상이다. 논에 쌀 대신 밀·콩·가루쌀(분질미)을 재배하도록 해 이들 품목의 국내 자급 기반을 확대하고 쌀 생산은 줄인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쌀에 견줘 국산 밀과 콩의 생산·유통 기반이 안정적이지 못한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생산이 확대되는 만큼 판로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전략작물의 과잉생산과 가격 하락에 따른 피해가 밭에 밀·콩을 심는 농가에까지 번질 수 있다.
특히 가루쌀은 여전히 시장성에 의구심이 제기된다. 정부는 지난해 500t 규모인 가루쌀 생산량을 2026년 20만t까지 늘릴 계획인데 시장 경쟁력 확보 없이 목표 달성에 함몰돼선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입법조사처는 “일본도 쌀가루용 쌀 생산량이 2011년 4만t 이후 감소·정체됐는데 이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면서 “가루쌀이 일반 소비자에게도 가치를 인정받도록 다양한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락가락 농지 정책=식량위기 시대 농지 정책 원칙을 재점검하는 일도 중요하다. 202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농지 투기 사태 이후 농식품부는 농지 소유 규제를 강화하는 ‘농지법’ 개정을 추진했다.
하지만 규제 완화 일변도였던 농지 정책이 방향을 틀자마자 규제 완화 요구가 새어 나오고 있다. 올초 경남도의회는 농지 규제가 농지 거래를 위축하고 농가의 자산가치를 떨어트린다면서 ‘농지 소유 규제 완화 촉구 건의안’을 결의했다. 최근 농막 규제 논란도 배경에 ‘농지 규제를 풀어달라’는 요구가 숨어 있다.
이처럼 농지 규제가 완화됐다 강화되길 반복하고 이에 따라 농지 투기와 거래절벽이 되풀이되는 건 농지 정책의 원칙이 명확히 서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입법조사처의 진단이다. 식량자급률과 연계한 농지 보전 목표가 부재하고 이를 이행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장·단기 계획도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말 ‘중장기 식량안보 강화방안’을 통해 2027년 농지를 150만㏊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법정계획인 ‘2023∼2027년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에는 해당 내용이 빠져 있다.
입법조사처는 “농식품부 장관이 관리할 농지 목표, 농지 감소 방지 대안 등이 담긴 ‘농지에 관한 기본방침’을 수립하면 지자체가 이 방침에 부합하는 농지이용계획을 시·군 관리계획 등에 반영하고 이행을 책임지는 체계를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공공부문 농지 전용도 농업진흥지역 내 농지일 경우 농지보전부담금 감면폭을 최소화하고, 우량농지를 소유한 농민들이 농지 보전에 힘쓰도록 다양한 인센티브를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농업 지속성 지킬 대책 있나=우리 농업의 지속성 제고라는 난제를 푸는 것도 국감의 숙제다. 우선 만성화한 인력난 해결이 절실하다. 특히 농촌 고령화로 60대 이상 일용근로자(1개월 미만 단기 근로자)가 줄어드는 문제가 농촌에서 관찰된다. 실제 2011년 6만7000명이었던 60대 이상 농업 일용근로자수는 지난해 2만6000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에 입법조사처는 “일용근로자 적시 공급을 목표로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농업 고용인력 지원·확충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빈발하는 자연재해로부터 농가경영을 지키기 위해선 무엇보다 농업재해보험 개선이 시급하다. 특히 농작물 피해를 보전하는 농작물재해보험은 대상 품목이 70개로 제한돼 있고 그나마 대상 농가의 가입률도 49.9%에 그쳐 농가경영 안전망으로 불충분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농업수입보장보험은 시범사업 단계에서 나아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농식품부가 올초 ‘제1차 농업재해보험 발전 기본계획’을 내놨지만 농작물재해보험 가입률 목표를 60%로 설정하는 데 그쳐 농가가 처한 위험에 비해 계획이 소극적이라는 게 농업계의 시각이다. 김규호 입법조사처 산업자원농수산팀 입법조사관은 “농가 가입률 제고, 적절한 보험료 할인·할증 체계 구축, 목측 중심의 손해평가 방식 개선에서 더 나아가 충분한 예산 확보를 통해 정책보험의 정부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입법조사처는 ▲농촌공간계획의 낮은 인지도 ▲귀농·귀촌 정책 실효성 ▲농업 신성장동력 확보 현황 등을 국감장에서 점검해야 한다고 봤다. 양석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