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배포O> “곡물은 필수 재화 … 우크라 잠재력에 과감한 투자 필요”
입력 : 2023-02-16 00:32
수정 : 2023-02-16 00:32
[인터뷰] 최하영 포스코인터내셔널 우크라 곡물수출터미널 법인장
식량분야, 그룹 핵심사업 육성

산업 가치·중요성 일찍이 염두
한국, 곡물자급률 20%에 불과

국가 차원 적극적 관심 가져야

“석유나 가스만이 아니라, 곡물도 우리의 중요한 핵심 자원이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최하영 포스코인터내셔널 우크라이나 곡물수출터미널 법인장은 최근 이메일과 전화로 진행한 <농민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식량에 대해 폭넓은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폭격하며 시작된 전쟁이 이달 24일로 꼭 1년이 된다. ‘유럽의 빵 바구니’라 불렸던 우크라이나 국토는 쑥대밭이 됐고 밀·옥수수·보리·해바라기유 등 곡물·식품 가격은 치솟았다. 글로벌 곡물 파동의 서막이 열린 것이다.

 

- 현지 상황은 어떠한가.

▶현재 우크라이나가 한국 외교부의 여행금지 구역으로 지정되면서 현지 근무가 불가능하다. 포스코인터내셔널 주재원 3명이 현재 폴란드에 머무르고 있다. 이곳에서 원격으로 현지 직원들과 교신하며 업무를 본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서방 언론은 물론 우리나라 국민의 관심이 줄었다. 하지만 현지에선 지금도 거의 매일 폭격이 이뤄지고 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수도 키이우를 포함한 다방면 폭격에서 현재는 동남부를 중심으로 전투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남부 전투 또한 매일 벌어진다. 특히 전력·가스·수도 등 기반 시설을 공격해 주민들이 일상생활에서 고통받고 있다. 매일 지속되는 공습경보로 하루하루 불안한 삶을 보낸다.

그럼에도 우리 곡물수출터미널과 현지 법인 직원들은 고객사 곡물 관련 업무와 시설 안전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 전쟁 이후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했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나.

▶옥수수는 지난해 전쟁이 발발한 직후보다는 비교적 약보합세 상황이다. 당분간 이런 기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럽 전체 작황과 전쟁 장기화 등 복합적인 변수가 있다.

장기적인 전망을 내놓기는 어렵다. 아직 전쟁을 하고 있고, 전투가 집중되는 동부지역을 중심으로 운송 인프라, 저장소 등 내륙 물류시설이 많이 파괴됐다.

또한 최근 현지 농가에서 기존 주요 곡종보다는 수익성이 높은 해바라기·대두·유채 같은 기름종자 재배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이에 더해 유엔(UN·국제연합)과 튀르키예 중재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 중에서도 곡물을 수출하고 있는데, 120일마다 새로 협의해 재연장해야 하는 상황이라 위험 부담이 있다.

기후 변화에 따른 전세계 주요 산지 작황 등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 국내 기업으로선 최초로 ‘곡물수출터미널’을, 그것도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운영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국내 무역상사 가운데 유일한 런던곡물거래협회(GAFTA)·유지류거래업협회(FOSFA) 회원사다. 오랜 기간 쌀을 중심으로 식량분야를 성장시켰다. 2022년엔 포스코그룹이 전체 7대 핵심 육성 사업 가운데 하나로 식량사업을 선정했을 정도로 위상이 높다. 2019년 9월 우크라이나 미콜라이우에 국내 기업으로선 1호로 ‘곡물수출터미널’을 준공한 것도 식량산업 가치와 중요성을 일찍이 알았기 때문이다.

곡물수출터미널은 현지에서 수확한 곡물을 항만으로 반출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곳이다. 곡물을 반입·건조·선적·하역하는 시설을 포함한 곡물 집하 종합시설인 셈이다.

지금은 전쟁 발발로 터미널을 통한 곡물 수출이 잠시 중단됐지만 국내 최초의 해외 곡물터미널 운영권자로서 비상시에 국내로 식량을 반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사명감을 갖고 임하고 있다.

-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곡물은 기초 식량으로서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필수 재화다. 지구촌 차원에서 인구 증가 등의 이유로 곡물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곡물자급률이 20% 수준에 불과한 우리나라 현실을 봤을 때도 더욱 그렇다.

식량산업은 투자 규모도 크고 위험도 높다. 하지만 중요도가 무척 높기 때문에 과거 자원개발 분야에 국가 차원에서 지원했던 것처럼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해외 식량산업 투자업체를 대상으로 장기간 저금리로 자금을 빌려준다거나 우크라이나산 곡물의 일정 물량을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방식으로 지원해준다면 큰 힘이 될 것이다.

우크라이나 자체에도 관심이 필요하다. 지금은 비록 전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우크라이나는 전세계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곡물 산지다. 각종 지하자원도 풍부하다.

많은 서방 국가들이 적극적인 군사·재정·구호 원조를 하는 이유에는 러시아 무력 침략에 대항하는 의미가 크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가진 엄청난 잠재력을 보고 과감히 투자한 의미도 적지 않다고 본다.

시간이 문제겠지만 결국 전쟁은 끝날 것이고 그 이후 찾아올 기회 잠재력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민관이 함께 준비해 우크라이나 투자 기회에 빠르게 접근해야 한다.

홍지상 기자 upground@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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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인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우크라이나에서 운영하는 곡물수출터미널 전경. 사진제공=포스코인터내셔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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