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은 엘니뇨 여파로 비교적 따뜻하겠지만, 이상기후로 폭설이 내리거나 기습 한파가 찾아오는 등 재해 위험이 커질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는 경고가 나온다.
앞서 세계기상기구(WMO)는 올봄 시작된 엘니뇨가 여름 동안 빠르게 발달해 올해 11월부터 내년 1월 정점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을 내놨다. 엘니뇨란 태평양 감시구역의 수온이 평년보다 0.5℃ 높은 상태가 5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을 말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11월12∼18일) 태평양 감시구역 해수면 온도는 28.6℃로 평년보다 1.8℃ 높았다.
2∼7년 주기로 나타나는 엘니뇨는 전세계에 폭염·홍수·가뭄 등을 동반해 각종 기상이변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올겨울 한반도에는 수증기가 많은 남풍 유입 가능성을 키워 평소보다 많은 눈이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 찬 대륙고기압이 확장할 때는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져 기습 한파가 닥칠 우려도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기후 위기와 농업·농촌의 대응: 폭설’ 보고서를 통해 “2023∼2024년 겨울 중강도 수준의 엘니뇨 발생으로 한반도에 폭설과 기습 한파 가능성이 증가했다”며 “(과거를 보면) 대응이 미진했던 초겨울과 늦겨울에 폭설이 발생했을 때 농업분야의 경제적 피해가 크게 발생했던 사례가 있어 경각심을 고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 슈퍼 엘니뇨가 발생한 2016년 1월 제주는 32년 만의 폭설이 내려 공항·항만이 폐쇄되며 고립됐다.
눈 피해는 다른 자연재해보다 인명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작지만, 비닐하우스·축사 같은 농업시설 파손과 농작물 언피해로 이어져 농가에 크나큰 경제적 손실을 입힌다. 얼어붙은 눈은 제설 작업을 어렵게 만들어 복구에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행정안전부의 ‘2021년 재해연보’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간 대설 피해액은 1212억5500만원(2021년도 환산가격)으로 태풍·호우에 이어 세번째로 많았다.
문제는 최근 들어 눈 피해가 극심해졌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기록적인 폭설이 남부지역을 강타해 농업분야 피해가 컸다. 전북 순창군 쌍치면에는 대설이 내려 비닐하우스와 축사가 내려앉았고, 시설 피해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이 지역을 정부는 올 1월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대설 피해로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된 것은 2011년 이후 12년 만이었다.
전문가들은 겨울철 재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후화된 시설을 미리 보강하는 등 안전 점검을 하고 피해에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홍세운 전남대학교 지역·바이오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눈이 내리면 비닐하우스 같은 플라스틱 온실에 적설하중이 발생할 수 있다”며 “습기가 높은 눈이 얼면 그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고 시설이 무너질 수 있으므로 눈을 바로 쓸어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지은 기자 sung@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