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분 만에 장작 3∼4개가 모두 재로 변해버렸다. 장작을 더 넣을 차례. 벽난로가 뜨겁게 달아올라 있으니 내화 장갑 착용이 필수다. 이때 화실 문을 갑자기 열면 불기둥이 순식간에 밖으로 뿜어져 나오니 최대한 천천히 문을 열어야 안전하다. 재가 날리지 않게 장작을 조심스럽게 안쪽에 집어 넣는다. 한번에 너무 많이 넣으면 그을음이 생길 수 있으니 화실의 3분의 2 이상 채우지 않도록 한다.
불 속에 웅크린 장작을 감상하는 것도 또 다른 볼거리다. 나무토막은 새빨갛게 달아오르다가 곧이어 겉이 하얗게 타버리며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재가 돼 폭삭 가라앉는다. 서너 시간 하염없이 불멍을 때리다보면 화실 바닥에 소복이 재가 쌓인다. 한손으로 잡기도 어려울 만큼 크고 묵직했던 나무토막이 한줌의 재로 변해버리는 과정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머릿속에 ‘덧없음’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장작은 이글이글 불꽃을 태우며 존재감을 과시하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종국에는 볼품없는 잿가루가 돼버리니 이유 모를 쓸쓸함과 아쉬움이 느껴진다.
박 대표는 “생각할 게 많아져 괜히 마음이 복잡할 때 벽난로에 불을 피우고 가만히 들여다본다”며 “정형화되지 않은 불꽃이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줘 몇시간만 지나면 위로받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인들의 가장 큰 숙제는 스트레스라고 하던데, 한번쯤 자신한테 쉬어갈 짬을 내주고 벽난로 앞에서 머리를 비우는 불멍 시간을 가져보시라”고 추천했다.
벽난로가 있는 숙소에서 보낸 하룻밤은 ‘불멍=휴식’이라는 공식처럼 굳어진 표현을 몸소 느끼는 시간이었다. 생각보다 뜨거운 열기에 덜컥 겁을 먹기도 하고 때맞춰 보충해줘야 하는 장작 때문에 귀찮기도 했지만 불꽃 하나에 온 신경을 쏟게 돼 불필요한 생각은 싹 잊었다. 가장 큰 효과를 느낀 건 다음 날이다. 몇시간을 멍하니 불을 바라보다 잠자리에 드니 쓸데없는 생각이 안 나 어느때보다 깊은 잠에 빠졌다. 겨울에 아늑한 벽난로 감성을 만끽하고 불멍 시간을 가져 몸과 마음의 피로를 풀어보자. 편안한 연말을 보내고 다시 활기찬 새해를 시작하게 해줄 ‘쉼표’ 같은 시간이 되어줄지도 모른다.
안동=서지민 기자 west@nongmin.com 사진=김원철 프리랜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