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잠 설치는 당신, 원인부터 찾아보세요
입력 : 2023-04-10 17:34
수정 : 2023-05-11 16:00

‘단잠’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잘 자는 것은 달콤한 일이다. 그런데 잘 자지 못해 고통받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불면증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 환자는 70만명에 달한다. 특히 봄에는 춘곤증으로 만성 피로와 졸음에 시달리는 일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밤에 푹 자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나폴레옹도, 대처도, 잠자는 시간을 아끼려다 건강을 잃었다. 이번 호에선 기자가 직접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불면증의 원인을 찾고 단잠에 도전했다. 또 침구 선택과 빛 조절 등 잠이 잘 오는 환경을 만드는 방법을 소개한다.

수면다원검사는 침실처럼 꾸며진 검사실에서 몸에 센서를 부착하고 하룻밤 잠을 자며 진행된다

우리나라 대표 한의학서 <동의보감>에선 잘 자는 방법 6가지를 소개한다. ▲옆으로 누워 무릎을 구부리고 자라 ▲입을 다물고 자라 ▲더울 때는 얇은 이불을, 추울 때는 두꺼운 이불을 덮어라 ▲배가 고파서 잠이 오지 않으면 더 먹고, 배가 불러 잠이 오지 않으면 차를 마시거나 조금 걸어 다니다가 누워라 ▲잠잘 때는 불을 꺼라 ▲가위에 눌릴 수 있으니 손을 가슴에 올려놓고 자지 마라 등이다. 이는 우리 조상들도 숙면을 중요하게 생각했음을 보여준다.

서양에도 잠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있다.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라고 외친 나폴레옹도 올바르지 못한 수면 습관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나폴레옹은 하루 3∼4시간만 잤다고 알려진 대표적인 쇼트슬리퍼(하루 4시간 미만으로 자는 이들을 일컫는 말)다. 그러나 그는 잘못된 수면 습관으로 건강을 해치고, 일생일대의 순간에 잘못된 판단을 내린다. 나폴레옹은 잠자는 시간을 줄이려고 식후 누워 토막 잠을 잤는데, 이 때문에 그는 평생 위궤양으로 고통받았다. 그가 몰락한 계기인 워털루전투를 할 때는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해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는 설이 전해진다. 마거릿 대처 영국 전 총리도 하루 4시간 자며 일에 몰두한 일중독이었다. 그는 말년에 뇌졸중과 치매에 걸렸는데 그 원인으로 부족한 수면이 꼽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적게 자며 자기 계발에 몰두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다면, 요즘에는 잘 자는 것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이는 잠을 잘 못 이뤄 고통받는 사람이 늘었다는 얘기기도 하다. 최근 기자도 잠을 푹 자지 못하고 새벽에 자주 깬다. 오래 자고 일어나도 개운하기는커녕 하루 종일 피곤함이 지속됐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불면증을 해결하려면 본인이 얼마나 잠을 못 자는지, 숙면 방해 요인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이때 할 수 있는 것이 수면다원검사다. 이 검사는 잠을 자는 동안 뇌파와 안구·다리 움직임, 산소포화도를 측정한다. 잠꼬대·이갈이·코골이 소음도 녹음해 종합적인 수면 상태를 분석한다. 보통은 전문 이비인후과나 수면클리닉, 대학병원에서 하룻밤 잠을 자며 진행된다.

수면다원검사를 받기 위해 서울스페셜수면의원에 방문했다. 호텔 방처럼 꾸며진 수면검사실에 들어가 온몸에 센서를 붙이고 하룻밤 자며 검사를 했다. 검사를 하고 일주일 뒤, 한진규 원장과 상담했는데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황지원 님은 수면 중 한시간 동안 평균 13번을 깨요.”

자는 동안 많아야 5번 정도 깬다고 생각했는데, 뇌는 내가 인지하지 못했지만 깨어 있었던 것이다. 원인은 진료받기 전 찍은 두경부 엑스레이(X-ray)에서 찾을 수 있었다. 자는 동안 원활하게 호흡하려면 상기도 폭이 10㎜ 이상 돼야 하는데 기자는 2.4㎜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서 수면무호흡증이 일어나고, 뇌는 산소를 공급받기 위해 잠에서 계속 깬 것이다. 잠이 푹 든 상태인 비렘수면(Non-REM Sleep) 3∼4단계는 ‘0분’으로 측정됐다. 비렘수면 상태에서는 근육이 이완돼 호흡과 심장박동수가 느려지고 혈압이 낮아진다.

강원=양재미디어 기자 yjmedia@nongmin.com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