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혜자 교육 예산 미편성 지자체 선택 운용 … 부실 걱정 건강한 식품 선택·조리·섭취 등 교육 수반돼야 사업 목표 달성
‘농식품바우처’ 수혜자를 대상으로 한 식생활 교육에 차질이 예상된다. 올해 관련 예산이 별도로 편성되지 않으면서다. 식생활 교육 없이 먹거리 현물 지원만 이뤄질 경우 건강한 식습관 고취 등 당초 기대한 사업 목표 달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본사업으로 추진되는 농식품바우처 예산은 381억원(국고 기준)이다. 시범사업이던 지난해(181억원) 대비 200억원 늘었지만 당초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 규모(약 6000억원)에는 크게 못 미치는 액수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바우처 예산의 1% 수준(1억5000만원)에서 편성됐던 ‘식생활 교육 지원’ 예산이 올해는 한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지난해까지는 식생활교육국민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가 이 예산을 지원받아 시범사업 대상 지역에서 현장 교육을 했다. 지난해엔 6800명가량이 교육을 받았다. 올해는 예산 확보 불발로 교육 현장의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와 같은 규모(17억원)로 예산이 편성된 ‘지방자치단체 식생활 교육사업’을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예산을 배정받은 지자체(광역 16곳+기초 1곳)는 지방비를 매칭해 식생활 교육을 하되, 예산의 절반 이상은 ‘맞춤형 식생활 교육’ 등 지정 필수사업에 써야 한다. 지난해까지는 지자체가 ▲영아 ▲유아 ▲청소년 ▲노년층 ▲1인가구 등 2개 이상 집단을 골라 교육프로그램을 운용했는데 올해부턴 ‘바우처 수혜자’도 포함해 ‘선택’하게 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영상 교육 콘텐츠를 만들어 원하는 지자체에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선 교육의 양적·질적 후퇴를 우려한다. 우선 지자체 의지에 따라 바우처 수혜자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지난해는 네트워크가 연초 바우처 발급을 위해 주민복지센터를 찾은 수혜 가구를 대상으로 집단 교육을 했다.
지자체가 바우처 수혜자를 대상으로 교육프로그램을 운용해도 농식품부가 제공한 자료를 활용한 영상 교육에 그칠 공산이 크다. 올바른 식습관·식문화 고취를 위해선 바우처로 구매한 국산·지역산 식재료를 직접 조리하고 맛보는 실습 과정이 중요한데 이를 영상으로 대체하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네트워크 관계자는 “지난해 교육 대상자에게 설문한 결과, 조리 실습 교육 등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고 개선사항으로도 실습 다양화 등을 많이 꼽았다”고 전했다. 더욱이 바우처 발급 현장에서 이뤄지던 현장 교육과 달리 영상 교육은 수혜자의 강한 의지 없인 참여도·집중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교육 부실은 사업 전체의 취지가 휘청이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사업은 당초 취약계층에 대한 보충적 영양 지원으로, 의료비 등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고 국산 농산물 선호도를 높여 장기적으로 국가 식량수급 체계의 안정성을 꾀한다는 목적에서 도입됐다. 먹거리 지원만 이뤄지면 건강한 식단 구성을 통한 건강 증진, 국산 농산물 인식 제고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도 이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에서 “사업 효과성과 밀접한 정책 수단인 식생활 교육 추진계획이 적절히 수립됐는지 검토해야 한다”면서 “바우처로 소비를 늘리는 품목이 대부분 과일·육류인 점을 고려해 수혜자 질병에 맞춘 교육프로그램 개설 등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가 바우처를 도입하며 참고한 미국의 ‘영양보충지원프로그램(SNAP)’도 취약계층에 대한 식품 구매 지원과 함께 건강한 식품의 선택·조리·섭취 및 활발한 신체활동 장려를 위한 온·오프라인 교육프로그램(SNAP-ed)을 진행한다. 2018회계연도 기준으로 교육프로그램에 투입된 연방정부 예산만 4928억원(당시 원·달러 환율 1130원 기준)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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