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이유로 한시적 관세 인하 지난해 수입량 전년보다 5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내년부터 미국산 감귤(만다린) 관세가 철폐될 예정인 가운데 정부의 할당관세 정책으로 지난해 수입량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산 감귤과 직접적으로 경합할 수 있는 품목에 무리한 할당관세를 적용하며 수입 길을 앞장서 열어줬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만다린 수입량은 2874t으로, 2023년(587t)보다 5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공식적으로 국내에 외국산 만다린은 2017년 처음 수입됐다. 당시 수입량은 0.1t에 불과했으나 2018년 8.4t, 2020년 512t, 2022년 529t 등 점진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2020년 이후 연간 500t 내외에 불과하던 만다린 수입량이 지난해 갑자기 치솟은 것은 한·미 FTA 영향으로 관세가 낮아진 데다 정부가 물가안정 명목으로 할당관세까지 적용한 영향 때문으로 분석된다. 할당관세는 특정 수입품에 일정 기간 기본 세율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제도다.
지난해 한국의 만다린 수입 대상국은 미국 한곳뿐이다. 미국산 만다린은 2012년 발효된 한·미 FTA에 따라 144%였던 수입 관세가 점차 낮아지다 이행 15년차인 2026년에는 완전히 철폐되는 품목이다. 지난해 미국산 만다린의 수입 관세는 19.2%로, 2023년(28.8%)보다 9.6%포인트 낮았다.
지난해 만다린의 월별 수입 추이를 보면 19.2% 관세가 적용된 1∼3월에 1257t이 수입돼 전년 동기(226t)와 비교해 확연히 늘어난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정부가 물가안정을 명목으로 수입 전량에 대해 할당관세(10%)를 적용하기 시작한 4월에는 한달 동안에만 1566t이 수입됐다. 할당관세가 수입 증가세를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올해도 미국산 등 만다린에 할당관세(20%)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수입 전량에 할당관세를 적용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를 통해 물량을 배정해 진행한다. 할당관세 계획 물량은 2800t으로, 3월까지 우선 1260t에 대한 배분을 끝낼 예정이다.
하지만 올해 한·미 FTA 협정에 따라 미국산 만다린의 수입 관세가 9.5%로 낮아졌기 때문에 수입업체들은 할당관세 물량을 배분받지 않고도 지난해보다 낮은 관세로 만다린을 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국산 과일과 대체성이 높은 수입 과일에 무리하게 할당관세를 적용해 국내 소비자의 수용성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문한필 전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할당관세로 지난해 만다린 수입량이 크게 늘어 올해에도 비슷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만다린은 오렌지보다 국산 감귤과 대체 관계가 높을 것으로 보여 농가들이 FTA에 따른 압력을 크게 느낄 것”이라고 지적했다.
[용어설명] 만다린
미국에선 감귤을 흔히 ‘만다린(Citrus reticulata·만다린 오렌지)’이라 부른다. 국내에서 유통하는 온주밀감(Citrus unshiu)은 만다린과 오렌지의 교배종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미권에선 온주밀감 발생지역으로 추정되는 일본의 지역명을 따 사쓰마 만다린(Satsuma mandarin)이라고도 부른다. 사실상 유전적 차이가 크지 않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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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논란이 된 임차농지 친환경인증 취소 사태에 대한 뚜렷한 대책이 나오지 않으며 올해도 인증 취소 사례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농지 제도를 개선해 친환경농민의 피해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친환경농업 농지 활용 활성화를 위한 전문가 간담회’에서 이러한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해 공익직불금 부정 수급 단속이 강화되며 경기지역을 중심으로 지주가 임차농에게 친환경인증 취소를 강요하는 사례가 잇달았다. 농지를 8년 이상 자경하면 양도소득세가 감면돼 상속 등으로 보유한 농지를 불법으로 ‘깜깜이 임대’하는 일이 많은데, 임차인이 친환경인증을 받을 경우 직불금 수령자와 인증인 명의가 달라 불법 임대차 사실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토론회에선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농지 임대차를 양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재 농지 임대차는 헌법에 명시된 ‘경자유전의 원칙’에 따라 엄격히 제한된다. 이영근 법률사무소 온마음 변호사는 “현행 ‘농지법’도 농업생산성 제고와 농지의 합리적 이용 차원에서 제한적으로 농지 임대차를 허용하고 있다”며 “‘농지법’을 개정해 친환경인증을 받은 농민에게 농지 임대를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 친환경농민에게 10년 이상 농지를 빌려줄 때 양도소득세를 면제해주면 친환경농업 활성화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설 규정으로 경자유전 원칙이 훼손될 것을 고려해 일몰 규정을 도입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도 이러한 예외 신설에 어느 정도 공감하는 모양새다.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 군산·김제·부안을)은 최근 친환경인증을 받은 농민에게 농지 임대와 무상 사용을 허가하는 ‘농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친환경농업만을 대상으로 규제를 완화할 경우 형평성 논란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남는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정부도 친환경농민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임대차 요건 완화를 논의 중”이라며 “다만 ‘농지법’상 예외 사례를 추가할 경우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어 농지 이용 증진사업 등을 통해 친환경농민에게 임대차를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원규 농정전환실천네트워크 정책실장은 “친환경농업 확대에 대한 정부 의지가 부족한 상황에서 예외적인 임대차 허용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전체 농정의 무게를 친환경에 두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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