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협, 건강 식문화 확산 전진기지로”
입력 : 2024-09-10 00:00
수정 : 2024-09-10 05:00
GS&J인스티튜트, 협동조합 포럼 
농지 급감 속 도시농협 증가세 
개혁압박 전 정체성 혁신 필요 
단순 도농교류·자금지원 넘어 
농업·농산물 가치전파 역할을

농지의 도시 편입과 맞물려 도시농협이 지속적으로 느는 가운데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 도시농협에 새로운 역할을 부여해야 할 시점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지금과 같이 농촌농협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농업·농촌의 가치를 도시에 알리는 사업모델을 발굴하자는 것이다.

 

◆농지 ‘감소’, 도시농협 ‘증가’=통계청 농업면적조사를 보면 지난해 전국의 농지규모는 2015년에 비해 9.9% 줄었다. 2015년 167만9023㏊에서 지난해 151만2145㏊로 8년 사이 16만6878㏊의 농지가 사라졌다. 축구장 면적(0.71㏊) 23만개와 맞먹는다.

농지면적 감소율은 수도권인 서울·인천·경기가 15.6%로 높았고, 부산·울산·경남(12.1%)과 대구·경북(11.3%)에서도 만만찮은 면적의 농지가 전용됐다. 같은 기간 충북의 농지도 15%나 줄었다.

6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에서 열린 제2차 협동조합 포럼에서 김종안 한국협동조합연구소 부이사장은 이같은 농지 감소 추세를 언급하며 “도시화의 진전으로 도시농협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매년 지적이 나오듯 도시농협이 받는 혜택과 ‘정체성’ 문제는 앞으로 더 나올 수밖에 없고, 현 시점에서 정체성을 재설정하지 않으면 일본의 농협처럼 외부로부터 개혁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올해부터 열리고 있는 협동조합 포럼은 GS&J 인스티튜트 주관으로 정부·농협·학계 관계자들이 협동조합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다.

농지가 줄어드는 반면 도시농협은 증가하는 추세다. 농협중앙회는 인구가 30만명 이상인 시에 있는 농협 중 자산규모가 5000억원이 넘는 곳을 도시농협으로 정의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2015년 111곳이던 도시농협은 2020년 166곳, 지난해 194곳으로 매년 늘고 있다. 2015년 이후 매년 7.2%씩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이날 포럼에서 유형석 농협중앙회 미래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도시농협이 농산물 판매, 도농상생기금 출연 등의 자구 노력을 하고 있지만 조합원수 감소와 경제사업 비중은 계속 축소되고 있다”며 “도시환경과 사회 트렌드 변화에 대응해 농업·농촌의 다원적인 가치를 도시에 접목하는 역할을 발굴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농업가치 전파 전진기지로=이를 위해 현재 자금 지원에 방점이 찍혀 있는 도시농협의 역할을 ‘혁신 사업모델’로 확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건강한 식문화 확산의 전진기지화’가 대표 모델 중 하나로 거론된다. 도시농협 주도로 범국민 ‘좋은 먹거리(Good Food) 운동’을 전개하자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외국산 먹거리 소비가 확산되는 추세 속에서 우리농산물 소비 가치를 알리는 범국민 운동을 도시농협이 추진하면 충분히 의미가 있다”며 “도시농협 준조합원들에게 운동 참여를 이끌어내고, 정부·지방자치단체와 협력을 추진하면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한 예로 이탈리아 밀라노에선 지역 협동조합이 지자체와 공동으로 2017년부터 ‘아침을 과일로 깨우자’ 프로젝트를 추진해 학생 약 2만명에게 사과를 제공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학교급식·지역식당들과 연계해 식단을 변화시키는 운동도 대안으로 꼽힌다. 이상현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노르웨이·영국 등에선 학생들의 과한 당분 섭취를 개선하기 위해 식습관을 교육하고, 과일 등 농산물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많다”며 “전국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역 도시농협들과 교육청이 연계해 우리농산물의 가치를 알리는 식문화 교육을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시지역 학교에서 학교텃밭을 운영할 때 도시농협과 농촌농협 한곳이 매칭 방식으로 지속적인 유대관계를 맺어간다면 농업가치 확산뿐 아니라 농산물 소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상철 한국농축산연합회 사무총장은 “도시농협들이 농업가치 확산 등의 역할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법과 제도적 장치 등을 정교하게 만들 필요도 있다”고 했다.

그런 측면에서 농협중앙회 내부에 도시농협 교육 지원 전담조직을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도시농협 맞춤형 사업모델 개발을 지도·확산하고, 이행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방향에서다.

유 연구위원은 “도시농협들이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개선·요청 사항이 반영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입법기관과 공감대를 형성해 사업 추진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농업·농촌에 기여하는 도시농협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노력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해대 기자 hda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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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에서 열린 ‘제2차 협동조합 포럼’에서 ‘도시농협의 정체성 강화를 위한 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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