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안보 강화’ 남의 일이 아니다
입력 : 2024-06-11 13:44
수정 : 2024-06-11 13:44
일본·중국, 관련법 개정·시행 
국제 정세불안·기후변화 대응 

직불제 단가 높여 생산 늘려야 
수입국 다변화로 조달 안정도

기후변화로 각국이 ‘식량안보’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일본은 5월 식료안전보장 확보를 명문화한 ‘식료·농업·농촌기본법’ 개정을 단행했다. 중국도 지난해 제정한 ‘식량안보보장법’을 이달 시행했다. 밀·콩·옥수수 등 주요 곡물의 자급률을 높이는 것이 목표로 언급된다. 국제 정세 불안, 기후변화로 세계 곡물시장에 불확실성이 짙어지는 가운데 한국도 생산기반 강화와 더불어 수입국 다변화 등 조달 안정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내놓은 ‘2023년 양정자료’에 따르면 2022년 양곡연도의 식량 자급률은 49.3%를 기록했다. 쌀 자급률은 104.8%로 양호했지만, 밀(1.3%)·옥수수(4.3%)·콩(28.6%) 등 주요 곡물의 자급률이 턱없이 낮다. 특히 소비가 많은 밀은 2019년 ‘밀산업 육성법’을 제정하고 연도별로 시행계획을 수립·이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1%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내놓은 ‘식량안보 강화를 위한 식량정책 개선방안 연구’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단수 변동 시 국제 곡물 가격과 수입단가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준연도 대비 2033년 수입단가는 밀 42.6∼43.9%, 옥수수 38.6∼41.3%, 콩 40.2∼57.3%의 상승폭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농경연은 이같은 가격 상승이 관련 산업에도 영향을 끼쳐 제분 가격은 17%, 사료는 8.5%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정세 불안으로 떠오른 각국의 식량 보호주의도 무시 못할 변수다. 2022년 6월 기준 주요국의 식량 수출 제한은 43건으로 전체 교역량에 미치는 영향은 열량 기준 6.2%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우선 밀·콩 공공비축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목표 재고율 부재가 문제점으로 언급된다. 쌀은 ‘공공비축 시행계획’에 따라 목표 재고율이 정해졌지만, 콩·밀은 구체적인 비축 목표가 없어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곡물 재고율을 17∼18% 수준으로 유지하라고 권고한다. 2014∼2022년 9년간 쌀의 평균 재고율은 29.1%로 FAO 권고를 크게 웃돈 반면, 콩은 8.8%, 밀은 14.3%에 그쳤다.

공공비축 매입계획 대비 추진 실적이 미흡한 것도 문제로 자리한다. 2020년 기준 밀 매입계획은 3000t이었지만 실제 추진 물량은 28.4%(853t), 콩은 당초 계획했던 6만t의 0.9%(557t)만 비축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비축 물량을 넉넉하게 잡고 있지만, 국내 생산량이 이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생산량이 확대되려면 전략작물직불제 단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본다. 천익출 한국우리밀농업협동조합 조합장은 “농자재값은 치솟았지만, 기후변화로 일조량이 줄고 비가 많이 와 수확량이 20∼30% 감소했다”며 “농가들이 밀농사에 뛰어들려면 직불제 단가 인상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일본은 밀 자급률이 2021년 기준 17%에 달한다. 우리밀세상을여는사람들이 일본 밀농가의 직불제 총액을 추계한 결과 1㏊(3000평)당 지원액은 644만6186원에 달한다. 반면 한국의 전략작물직불금은 밀 기준(단작) 1㏊당 50만원 수준이다.

국산 밀의 수요를 견인할 정책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산 밀과 수입 밀의 가격 차이를 보전하는 것이 과제로 남는다. 노르웨이는 밀가루·농축사료 제조업체 등이 자국산 곡물을 사면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6면으로 이어짐

김소진 기자 sjkim@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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