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에너지법’ 로드맵 발표 지역 내 자체 전력거래 가능 원가산정 기준수립 등 난항
내년부터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가 시행된다. 지역 내에서 자체적으로 전력 거래를 할 수 있는 ‘분산에너지특화지역’은 내년 상반기쯤 지정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분산에너지법)’ 시행을 앞두고 요금 차등제에 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최근 발표했다. 로드맵에 따르면 전력당국은 2025년 상반기 전력 도매가격을 차등화하는 데 이어 2026년 소매 전기요금도 지역별로 다르게 책정할 계획이다. 전기요금 차등제에 관해 구체적인 시기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분산에너지법’의 다른 한축인 분산에너지특화지역 지정 시기도 공개됐다. 산업부는 분산에너지특화지역 운영 방향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9월 중 마련하고 내년 1∼2월 공모를 거쳐 상반기 내 지정할 예정이다.
강원·충남·부산 등 발전소가 밀집한 지역은 정부 방침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전기요금이 저렴해질 경우 전력 소모가 큰 데이터센터 등 기업을 유치하는 데 유리해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부산시는 “2023년 부산의 전력자급률은 216%로 매우 높다”면서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서 전기요금 차등제가 제때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은 전남 영암도 분산에너지특화지역 지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영암군은 “‘에너지 자급자족 인프라 구축 및 운영사업’에 선정돼 재생에너지 인프라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군내 산업단지 등 전력 수요처가 있어 분산에너지특화지역에 최적”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전기요금 차등제 도입 시기를 내년으로 못 박았지만, 소비자가 바뀐 요금 고지서를 받아 들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구체적인 요금체계가 확정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아서다.
우선 원가 산정 기준이 복잡하다. 원가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송배전 비용인데, 이를 선로 길이와 발전소가 위치한 행정구역 중 어떤 기준에 따라 계산할지 정해야 한다. 시·군별로 전기요금을 매길 경우엔 역차별 논란이 예상된다. 이원학 강원연구원 연구위원은 “강원 안에서도 발전소가 모여 있는 영동지역은 요금이 내려가는 반면, 영서지역은 오를 수 있다”면서 “같은 도내인데 시·군별로 요금이 달라지면 사회적 갈등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농산어촌 전기요금이 되레 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역별 배전비용은 인구밀도가 낮을수록 높아지기 때문이다. 전기요금 차등제가 안착하면 장기적으로 인구가 감소하는 농산어촌 전기요금이 높아질 수 있다.
현재 산업용·주택용·농업용 등 전력 용도에 따라 시행하는 요금 차등제를 원가에 따른 요금 차등제와 어떻게 통합할지를 놓고도 업계 입장은 첨예하게 갈린다.
수도권 역차별 논란도 제기된다. 발전소가 있는 지역은 보상 차원으로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예산 등을 지원받는데, 전기요금까지 낮추는 것은 이중 혜택이라는 점에서다. 지유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