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도매유통 세미나 산지에 출하정보 미리 알려줘 효율적 재배유도 적극 나서야
일본이 식량 수입이 중단됐을 때를 가정해 자국 재배 품목을 제한하고 국민 식사량을 규제하는 내용의 법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농촌이 고령화하고 식량자급률이 낮아지는 등의 상황이 유사한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식품유통학회는 23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한·중·일 도매유통 정책 세미나’를 열었다. 최근 농산물 수급불안에 따른 고물가 현상이 지속되면서 도매유통의 바람직한 방향과 개선점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이 자리에서 호소카와 마사시 일본 도매시장정책연구소장은 주제 발표에서 “5월8일 일본 중의원은 ‘식량 생산 확대 및 공급 곤란 사태 대책 법안’ 심의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4월19일 중의원을 통과한 ‘식료·농업·농촌기본법(농업기본법)’ 개정안의 부속 법안이다.
일본 식량자급률은 2022년 기준 58%다. 우리나라(49.3%)보다 8.7%포인트 높다. 일본 국회가 심의 중인 법안은 농산물 수입이 중단되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다. 농산물 수입이 중단됐을 때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세부 조치가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채소·과일·화훼 등 열량이 낮거나 기호품 성격이 강한 농산물은 재배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우유는 6일마다, 육류는 9일마다 섭취하도록 하는 등의 권장 식사 기준까지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면서 도매시장의 역할을 확대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태석 한국식품유통학회 부회장(농촌진흥청 수출농업지원과장)은 토론자로 참석해 “우리도 일본처럼 중장기적으로 식량자급률을 어떻게 끌어올릴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매시장법인들이 국내 산지에 우수 종자를 공급하는 것뿐 아니라 전자송품장 등을 활용해 출하정보를 미리 알리는 등 산지에서 더 효율적으로 재배·출하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은 ‘수급불안에 대응한 도매시장의 기능과 미래’라는 주제 발표에서 “도매시장에서 농산물을 보관·관리하는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처럼 도매시장이 거래중개에만 집중하면 농산물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수급조절이 원활히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서효상 기자 hsseo@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