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술 답사기] 동백꽃 한잔, 유채꽃 한잔 입안 가득 제주의 맛
입력 : 2024-03-08 15:17
수정 : 2024-06-11 13:40
[우리 술 답사기] (72) 제주 ‘왕지케양조장’ 
‘전통주 특화마을’ 목표로 양조장 세워 
천혜향 등 천연재료 사용해 술 만들어 
목넘김 부드럽고 깔끔…끝맛은 ‘고소’ 
알코올 느낌없어 젊은층 입맛 공략 딱 
알로에 등 특산물 활용 협업 제품 선봬 
마을에 수익 일부 기부…따뜻한 상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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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직업은 연구원이었습니다. 2011년 우연히 제주로 여행을 왔다가 아름다운 풍경에 푹 빠졌죠. 친절한 사람들도 참 좋았어요. 제주에서 일하며 계속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이건형 부대표)

처음에 이 부대표는 제주에 정착하려고 가리지 않고 일했다. 당근주스공장에 다니고, 문구 영업을 한 적도 있다. 그러다 특산품에 관심이 생기면서 연구원 경력을 살려 우도땅콩엿과 제주감귤타르트를 개발했다. 이후 주류 도매유통업을 맡다가 이 대표와 연이 닿게 됐다. 이때 이 부대표는 왕지케양조장의 술이 제주의 대표 특산품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동참했다.

왕지케양조장에서 만드는 술은 완연한 ‘제주 색’을 입었다. ‘제주 동백’(14도)과 ‘제주 유채’(14도)는 각각 동백꽃과 유채꽃을 당에 절여 침출한 기타주류다. 색소를 썼나 싶을 정도로 색이 선명하지만 모두 천연재료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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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동백’은 동백꽃 잎과 적양배추를 중탕한 다음 스테인리스 통에 건조효모·당을 넣어 발효한 것이다. ‘제주 유채’도 만드는 방식은 유사하다. ‘제주 유채’엔 유채꽃 잎과 유채꿀·금잔화 등이 들어간다. 적양배추와 금잔화가 각각의 선명한 색을 내는 데 쓰인다. 화이트 와인처럼 마시기에 깔끔하고, 끝 맛이 고소한 게 특징이다. ‘제주 유채’는 눈을 감고 마시면 쌉싸래한 맛이 빠진 인삼주를 연상케 한다. 지난해 가을에는 천혜향을 비슷한 방법으로 발효시킨 ‘제주 천혜향’(14도)도 출시했다.

“3종 모두 내추럴 와인을 좋아하는 젊은 세대에게 먹히는 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알코올 느낌이 없고 목 넘김이 부드러운 편이라서 음용성이 높습니다.”

왕지케양조장에선 위탁생산(OEM) 제품도 많은 편이다. 주류 보틀숍인 술마켓과 협업해 만든 증류식 소주 ‘제주탐라주’(20도)는 감귤소주로, 곡물주정과 감귤이 들어간다. 병 안쪽에 반짝이는 제주 바다를 그려넣은 게 특징이다. 은은한 감귤향 덕분에 탄산수와 얼음을 넣어 ‘하이볼’로 만들어 마시기 좋다.

또 소원컴퍼니와 손잡고 만든 증류주 ‘술숲’(19도)도 있다. 국내 최초로 제주 알로에를 넣어 만들었다. 감귤 증류 원액을 넣어 알로에 특유의 향과 어우러지는 독특한 술이다.

왕지케양조장은 다가오는 봄을 맞아 우리 사과와 벚꽃으로 만든 술인 ‘벚꽃엔딩’(15도)을 내놓을 계획이다. ‘벚꽃엔딩’은 겹벚꽃 잎을 그대로 살린 벚꽃이 들어 간다.

이 대표는 앞으로도 제주의 특징을 담은 술을 기반으로 지역과 상생할 계획이다. 지금도 인근 마을에 수익 일부를 기부하고 있다.

“제주는 관광지라 대중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어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술을 고민하고 만들어 왕지케양조장에서 내놓은 술이 제주의 대표적인 관광상품이 되도록 더욱 힘쓰겠습니다.”강원=양재미디어 기자 yjmedia@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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