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희 농협중앙회장 퇴임 디지털혁신·유통개혁 이끌어 ‘100년 농협’ 이룰 초석 쌓고 53년의 여정 뜻깊게 마무리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4년 임기를 마무리하고 6일 퇴임했다.
이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반세기에 가까운 농협 생활을 마감하고 떠난다고 생각하니 만감이 교차한다”며 “비록 몸은 떠나지만 농협의 영원한 우군이 돼 언제나 농협을 응원하겠다”는 말로 4년 여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 퇴임식에는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충남 홍성·예산), 권재한 농림축산식품부 농업혁신정책실장, 원철희·정대근·최원병 전 농협중앙회장, 이승호 한국농축산연합회장 등 주요 농민단체장, 이재관 농협동인회장, 농·축협 조합장과 임직원 등 300여명이 참석해 퇴임을 축하했다.
1971년 경기 성남 낙생농협(현 판교낙생농협) 직원으로 농협 생활을 시작한 이 회장은 전무·조합장,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장을 거쳐 2020년 제24대 농협중앙회장에 올랐다. 취임식을 생략하고 강원 홍천 딸기농장에서 임기를 시작한 이후 줄곧 ‘현장 중심 행보’를 고집했다. 특히 취임 직후 불어닥친 코로나19 파고 속에서 마스크 공급 기지 등의 역할을 수행하며 농민·국민에게 농협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이 회장은 퇴임사에서 “코로나19 외에도 농업계가 마주한 일손부족 등 엄혹한 현실 앞에서 한시도 소홀할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디지털혁신’ ‘유통개혁’의 깃발을 들고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 농협중앙회 내에 디지털혁신실을 신설하며 ‘디지털’ 어젠다를 농업 속으로 끌고왔다. 이때 뿌려진 디지털 씨앗이 농협이 설립·운영하는 ‘스마트농업지원센터’, ‘NH오늘농사’, 농협 애그테크혁신펀드의 결실로 이어졌다.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측면에서도 유통계열사 통합과 도매조직 일원화 등의 성과를 냈다. 지역농협이 운영하던 김치농장 8곳을 통합해 출범시킨 ‘한국농협김치’도 유통분야 대표 성과로 꼽힌다.
이 회장은 “‘함께하는 농협’의 여정을 같이해온 전국의 조합장과 12만 임직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함께하는 100년 농협’ 비전 아래 농업재해자금·교육지원사업비 등을 역대 최대로 키우고, 도시·농촌 농협이 추진한 도농상생 공동사업 활성화에 고마움을 표한 것이다. 농협중앙회 차입금 감축에 한마음으로 나서준 데도 감사함을 드러냈다. 이 회장은 “훌륭하신 신임 회장님과 임직원 여러분을 믿기에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가겠다”고 석별의 인사를 마쳤다.
홍 의원은 송별사에서 “참으로 부지런했고, 말과 행동이 같은 분이었다”며 영예로운 퇴임을 축하했다.
이재식 농협중앙회 부회장은 “권위보다 소통을, 지시보다 솔선수범을 보여주신 모습에 전 직원이 단합해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다”며 송별의 말을 전했다.
퇴임사 막바지 눈시울을 붉힌 이 회장은 농협중앙회 임직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수십년간 동고동락했던 농협의 문을 나섰다. 김해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