햅쌀 반짝 상승 후 내림세 지속 추가격리·재고미 미방출 등 시급
쌀값 하락세가 바닥을 모르는 모양이다. 산지 쌀값은 지난해 수확기 햅쌀 가격의 반짝 회복세 이후 내리 미끄럼틀만 타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10월5일 전년도 동기 대비 21.6% 상승해 산뜻한 첫발을 내디딘 산지 쌀값은 다음 순기인 15일부터 내림세로 돌아서 올 1월15일까지 상승폭을 거의 까먹고 80㎏들이 한가마당 20만원선마저 위협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4월 쌀 시장격리 의무조항을 담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국회로 돌려 보내면서 수확기 쌀 80㎏들이 한가마당 20만원 지지를 약속했다. 통계청이 내놓은 10월부터 12월까지 수확기 평균 쌀값은 80㎏들이 한가마에 20만2797원으로 석달간 20만원선을 유지해 약속은 지켰다. 하지만 산지 쌀값은 지난해 11월15일 순기부터 20만원 아래로 떨어져 낙폭을 키워가고 있다. 더욱이 명목 쌀값에다 물가상승 변동분을 제외하면 현재 80㎏들이 한가마당 실질 가격은 17만원선까지 주저앉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니 쌀 주산지 농가와 양곡유통 주체들이 아우성일 수밖에 없다. 양정당국은 수확기 쌀값 지지 약속을 지켰는데 뭐가 문제냐고 하겠지만 사정은 간단하지 않다. 지난해 11월 양정당국은 쌀값이 하락세를 보이자 쌀 해외 공여 등 2차례에 걸쳐 시장에 개입 시그널을 보냈지만 하락세를 돌려 세우지 못했다. 쌀값에 대한 양정당국과 농가의 다른 눈높이도 문제다. 농가의 기대치는 쌀 80㎏들이 한가마당 26만원이라고 한다.
비록 농가·농업 소득에서 차지하는 쌀 비중이 예전만 못하지만 그래도 농가의 쌀값은 도시 근로자 가구의 기본급에 해당한다. 쌀값이 농민값이란 표현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물론 물가도 돌아봐야 하는 양정당국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 아니다. 하지만 지난해 수확기 벼를 매입해 산지 쌀값을 안정시킨 농협 등 산지 유통주체들이 떨어지는 쌀값에 전전긍긍하는 현실을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다. 여기에다 2월 임시국회에서 쌀 시장격리 의무화 조항을 담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둘러싼 또 한번의 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런 만큼 10만t 이상 시장격리든, 정부 재고미 미방출 선언이든 양정당국의 적극적이고 신속한 산지 쌀값 안정책 제시가 필요한 시점이다. 농가의 기본급인 쌀값은 여의도산 정치재도 아니고, 양정당국과 농가 간 제로섬 게임도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