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무한리필 즐기고, 간식으로 약과 찾고 동남아 사로잡은 한식 맛집으로 꼽히는 한식당 증가 다국적기업도 ‘K메뉴’ 선보여 성장성 높아 국내기업 진출 ‘붐’ 할랄인증 등 글로컬화 가속도
최근 케이푸드(K-food·한국식품) 열풍이 가장 거센 곳은 필리핀·인도네시아·태국 등 동남아시아다. 2000년대 이후 한류가 현지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한국문화를 향한 관심이 식문화까지 뻗쳤다. 동남아시아인들은 케이드라마(K-drama)에 등장하거나 케이팝(K-pop) 가수가 즐겨 먹는다고 밝힌 먹거리를 해외 직구해서 먹는다. 현지에선 다양한 한식당이 성업 중이다. 기존에 알려진 김치나 떡볶이는 물론, 매운 라면, 치킨, 약과, 커피믹스 등 다양한 품목이 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국내 식품기업들은 앞다퉈 동남아시아 진출에 나서고 있다.
◆필리핀서 가장 인기 있는 식당은=연말연시 필리핀 사람들은 어느 곳에서 모임을 할까. 답은 ‘무한리필 삼겹살집’이다. 삼겹살은 한국인의 솔푸드(soul food)로, 무한리필 삼겹살집은 1인당 일정 금액을 내면 삼겹살을 비롯한 돼지고기 여러 부위를 무제한 먹을 수 있는 우리나라 특유의 식당이다. 케이드라마에 ‘삼겹살에 소주’가 자주 등장하면서 2018년 이후 필리핀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를 중심으로 무한리필 삼겹살집이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한식 애호가이자 전문가로 유명한 아르넬 조벤(Arnel Joven) 필리핀 아시아태평양대학교 역사학과 교수는 인기 이유로 가성비를 꼽았다. 돼지고기를 무제한으로 제공해 여럿이 외식하기에 좋다는 것. 조벤 교수는 “한식의 중요한 특징은 반찬”이라면서 “실제 지불하는 가격에 비해 상차림이 풍성해 돈이 아깝지 않게 인식된다”고 진단했다.
다른 이유로는 필리핀의 돼지고기 사랑을 꼽을 수 있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017년 필리핀의 연간 돼지고기 소비량은 14.2㎏으로 세계 평균보다 1.8㎏ 많다. 삼겹살은 지방이 많은 부위라 선호하는 국가가 많지 않은데, 필리핀은 한국·중국과 더불어 삼겹살을 즐겨 먹는다. 양념한 삼겹살을 구워 간장에 찍어 먹는 음식인 ‘리엠뽀’가 있을 정도다.
현지에 진출한 다국적기업은 한식과 컬래버레이션을 성공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도미노피자는 2020년 ‘삼겹피자’를 출시하고 ‘서울의 맛’을 홍보문구로 내걸었다. 맥도날드는 퓨전 한식 메뉴인 ‘케이버거(K-burger)’를 선보였다.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2009년 필리핀 내 7개였던 한식당이 2017년 241개로, 8년 만에 34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유로모니터가 추산한 2020∼2025년 필리핀 외식산업 매출액 성장률은 12.9%로 현지 한식당은 더욱 늘 것으로 보인다.
◆SNS 타고 퍼진 케이푸드 사랑=인도네시아는 동남아 한류의 중심지다. 한국의 멋을 담은 사극 ‘옷소매 붉은 끝동’ ‘구르미 그린 달빛’이 현지에서 큰 인기를 끌며 드라마에 등장하는 우리나라 전통 간식 약과에 대한 관심이 덩달아 높아졌다. 동남아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 쇼피코리아에 따르면 2023년 케이레트로(K-retro) 스낵 주문량이 전년 동기 대비 53% 늘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한국에서 유행하는 것이 동시에 인도네시아에서도 큰 관심을 받는 일이 흔하다. 한국에서 MZ세대 입맛을 사로잡은 로제양념으로 만든 음식이 인도네시아에서는 고급 한식으로 받아들여지며 호응을 얻고 있다.
한식을 향한 사랑에 발맞춰 ‘글로컬화(global+local·지역 특성을 살린 세계화)’에 집중하는 추세다. 인도네시아는 인구의 약 90%가 이슬람교를 믿는 나라로 전세계에서 가장 큰 할랄(halal·이슬람 율법에 따른 식품)시장을 지녔다. 시장규모는 연간 1840억달러(2021년 기준·KOTRA)에 이른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올해부터 ‘할랄제품 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자국으로 수입·유통되는 모든 식품에 할랄인증을 의무화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9월 인도네시아 종교부와 할랄식품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이를 발판으로 인도네시아 할랄인증청과 한국의 민간 할랄인증기관들이 상호인정협약을 체결했다. 이 덕에 인도네시아로 수출하는 농식품기업은 할랄인증에 필요한 시간·비용 등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김남주 농식품부 수출진흥과 사무관은 “2022년 기준 수출액 규모가 2억4500만달러에 달하는데 이 규모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면 원활한 할랄인증이 필수”라고 설명했다.강원=양재미디어 기자 yjmedia@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