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부담에 시설농 ‘냉가슴’ … “한시적 정책으론 못버텨”
입력 : 2024-01-25 14:27
수정 : 2024-01-25 16:18
에너지 비용 내년에도 오름세 전망 … 정부 대책·과제는 

유가연동보조 예산 외려 감축 
전기요금은 분할 인상 대책뿐 
고효율 설비 지원도 ‘그림의떡’ 


전기료 인상 정률제로 개편 등 
농산물 생산 안정성 제고해야

올겨울도 면세유 가격과 전기요금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시설농가들은 난방비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는 유가연동보조금과 고효율 냉난방 설비 지원 등을 대책으로 제시했지만 한시적·제한적인 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도 농가 에너지 비용 부담 지속=면세유 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2022년 2월 이후 국제유가 영향으로 줄곧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오피넷(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에 따르면 2022년 1월 둘째주 평균 1ℓ당 924.62원이었던 면세등유 가격은 2023년 1월 둘째주 평균 1304.36원까지 치솟았고, 올해 같은 기간 1184.09원을 기록했다. 러·우 전쟁이 일어나기 전 가격보다 여전히 28.1% 높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까지 가세한 국제분쟁이 지속되면서 올해도 고유가 현상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5일 내놓은 ‘주요국 경제 및 주요 가격지표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2024년 국제유가는 배럴당 80달러대 안팎에서 고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의 감산이 강화된 가운데 홍해 교전으로 중동지역 리스크가 심화하는 등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됨에 따라 공급측 가격 상방 압력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기요금 역시 2022년 2분기부터 여섯차례 인상을 거듭하며 훌쩍 뛰었다. 올해 1분기 농사용 전기요금(기본요금 제외, 을·저압)은 1㎾h당 70.8원으로 2022년 1분기(39.5원)보다 79.2% 증가했다. 이같은 오름세는 내년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요금을 전력 종류에 상관없이 2023년 1분기에 1㎾h당 11.4원, 2분기에 1㎾h당 8원 잇따라 올렸다. 다만 농사용 전기요금은 2023년 1·2분기 인상분을 각각 3년간 분할 인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23∼2025년 1분기(1월)마다 1㎾h당 3.8원이 오른다. 아울러 같은 기간 2분기(4월)엔 매년 2.7원, 2.7원, 2.6원씩 인상된다. 합해서 계산하면 올해와 내년에 각각 1㎾h당 6.5원, 6.4원씩 전기요금을 더 내야 하는 셈이다.

◆면세유 지원 한시적…전기요금 대책은 전무=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겨울철 시설농가의 경영비 부담이 가중되면서 농업계는 정부에 대책 마련을 지속적으로 촉구해왔다. 특히 유가연동보조금 지원사업을 상설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일었지만 여전히 답보 상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2년 시설원예농가의 난방비 부담이 커지자 일반예비비 151억원을 확보해 그해 10∼12월 농업용 면세유 인상분에 대한 유가연동보조금을 한시적으로 지원했다. 하지만 올해는 관련 예산이 한푼도 반영되지 않아 농업계에서 원성을 샀다. 우여곡절 끝에 국회 심사를 거쳐 예산 70억원이 편성됐지만, 2022년보다 확보한 예산이 적은 만큼 올해 지원규모도 줄어들 전망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 1∼3월 면세유 평균 가격과 기준 가격 차이의 절반을 보조금으로 지원한다”며 “지원 대상은 2022년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최근 면세유 가격이 조금 하락한 만큼 1ℓ당 지원단가도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전기요금과 관련해선 분할 인상 외엔 이렇다 할 지원책이 전무하다. 농업계에선 농사용 전기요금 인상분에 대한 지원을 비롯해 요금 인상체계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개편, 영세·소농 에너지바우처 신설 등을 요구했지만 논의엔 진전이 없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전기요금 인상 등에 따른 농업 생산비 증가는 작목 전환 또는 영농 포기로 이어져 농산물 공급가격 상승을 초래하기 때문에 사회적 문제로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부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내 생산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나선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시설농가의 에너지 비용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꺼내든 또 다른 정책은 고효율 냉난방기 설치 지원이다. 이를 위해 지열·폐열·공기열 냉난방기 등의 설치비를 보조하는 ‘농업에너지이용효율화사업’ 예산을 지난해 151억원에서 올해 174억원으로 15% 늘렸다. 사업을 통해 지열·폐열 냉난방시설은 80%(국비 60%, 지방비 20%), 공기열 냉난방시설은 70%(국비 40%, 지방비 30%)의 설치비용을 지원한다.

하지만 현장에선 고효율 냉난방기 보급을 늘리기 위해 좀더 현실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부 보조를 받아도 큰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농가들이 시설 설치를 주저하기 때문이다. 가령 고온성 작물인 파프리카 시설하우스에 지열 냉난방시설을 설치할 경우 1㏊(3000평)당 설치비 10억∼11억원 가운데 농가가 2억원가량을 내야 한다.

시설하우스 7동 규모로 딸기농사를 짓는 조창수씨(46·충남 논산시 연무읍)는 “예년보다 전기요금이 20∼30% 뛰면서 생산성이 떨어지더라도 난방 온도를 1∼2℃ 낮추는 농가도 있을 정도로 전기요금 부담이 크다”고 호소했다. 특히 “고효율 냉난방기에 대해서도 알아봤지만 설치비용으로도 5000만∼6000만원이 든다고 해서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지난해 기업이 시설농가에 고효율 냉난방기 설치비 일부(평균 4800만원)를 지원하도록 연계하고 해당 농가의 탄소배출권으로 투자비용을 회수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농업에너지이용효율화사업에 참여한 44농가 가운데 9농가를 지원하는 데 그쳤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해 탄소배출권과 관련해 온실가스 감축량이 많은 대규모 농가가 기업의 투자를 받았다면 올해는 소규모 농가가 투자받도록 유도하는 등 지원 확대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혜 기자 hybrid@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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