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 ‘2023 농업과학기술 성과공유대회’ 우수 사례 살펴보니 공공분야 건식제분 가능한 가루쌀 연구 수입밀 대체할 구원투수 주목 현장 실용화 병해충 영상진단 AI 앱으로 기상재해 알림 농장 단위로 산업화 마늘·양파 밭작물 기계화 진전 한우 풍미 높이는 숙성법 개발 미래 성장 동물실험 대체할 미니 장기 밀 품종 개발기간 단축 기대
‘통일벼’ ‘비닐하우스’로 상징되는 녹색혁명·백색혁명에서 알 수 있듯이 역사적으로 농업 기술의 발전과 혁신은 식탁을 바꾸고 국민 건강을 증진하는 가장 큰 변곡점이 돼왔다. 국가적으로 농업과 관련된 과학 기술 분야를 끊임없이 발전시키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처럼 국민의 생활을 이롭게 할 새로운 농업 기술이 한자리에서 소개됐다. 7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농촌진흥청의 ‘2023 농업과학기술 성과공유대회’에서다. 이날 농진청은 농업분야 전문가들의 의견과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산업화 기초연구 ▲미래 성장 기초연구 ▲현장 실용화 ▲공공분야 등 4개 분야에서 선정된 15건의 우수 성과를 발표했다.
◆산업화 기초연구 부문…생산성 높이고 부가가치 올리는 기술 주목=우선 산업화 기초연구 부문에선 ▲스마트 기계화·자동화 기술 ▲맛·풍미를 높여주는 한우 숙성 기술이 선정됐다.
우리나라 밭작물 중 재배면적이 넓고 노동 부담이 커 기계화 요구가 많은 마늘·양파의 기계화는 현장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단순히 기계만 개발하는 게 아니라 기계화에 적합한 재배양식과 저장·가공 및 자율주행 등을 더한 융합 기술(기계화 재배모델)로 주산지를 중심으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농진청에 따르면 현재까지의 기술 성과를 현장에 적용하면 마늘은 재배 노동력의 74%, 비용의 79%를 절감할 수 있으며 양파는 노동력의 82%, 비용의 87%를 줄일 수 있다.
저등급 한우고기를 높은 등급(1++)처럼 즐길 수 있도록 숙성시키는 기술에도 관심이 쏠린다. 라디오파를 활용한 단기 숙성 기술은 숙성 기간을 3주에서 48시간으로 단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풍미미생물을 이용한 건식 숙성 기술은 건조에 따른 감량을 줄이고 풍미를 끌어올리는 최적 조건을 확립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미래 성장 기초연구 부문…슈퍼컴퓨터·유전자가위 등 성장동력 마련=미래 성장 기초연구 부문에선 ▲슈퍼컴퓨터 도입을 통한 연구개발(R&D) 경쟁력 강화 ▲동물실험 대체 돼지 미니 장기(오가노이드·가축의 장기나 조직을 3차원적으로 배양한 것) 및 유전자가위 발현 돼지 개발 ▲세대단축 육종 기술(스피드 브리딩)을 활용한 밀 품종 개발 기간 단축 ▲생물주권 확립을 위한 발효미생물 기반(플랫폼) 구축 등이 우수 성과로 꼽혔다.
9월 구축된 농생명 슈퍼컴퓨팅센터는 빅데이터 고속분석을 통해 거대 유전체 조립, 기후환경 데이터 표준화, 표현체 빅데이터 분석 등 농업 연구의 효율성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보통의 컴퓨터로는 10년이 넘게 걸릴 기상 공간 정보 표준화도 2개월 만에 끝낼 수 있다는 게 단적인 예다.
아울러 동물실험을 대체할 가축 오가노이드 개발은 동물복지 향상에, 스피드 브리딩 기술은 우리밀 품종 개발 기간 단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점쳐진다. 농진청에 따르면 개발된 밀 스피드 브리딩 기술을 적용하면 1년에 밀을 4회 재배할 수 있고, 새로운 품종 개발 기간 역시 13년에서 7년으로 단축된다.
한편 국가 주도의 발효미생물 플랫폼은 수입 종균 사용에 따른 로열티 지불 부담을 줄이고 국산 종균 자급률을 높일 기술로 꼽힌다. 주류·장류·식초·김치·유제품 등 발효식품 제조에 사용될 수 있는 국내 개발 균주에 대한 정보를 손쉽게 찾아보고 분양까지 신청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현장 실용화 부문…병해충·이상기상 피해 경감 등 기여=현장 실용화 부문에선 ▲AI(인공지능) 병해충 진단 애플리케이션(앱) 등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AI 병해충 영상진단 기술이 적용된 이 앱은 세계 최초로 진단하기 어려운 바이러스까지도 현장 진단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농진청은 앞으로 AI가 더 많은 영상 데이터를 학습하게 되면 현재 AI 영상진단의 평균 정확도(96.6%)보다도 정확도가 더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분야의 또 다른 우수 성과인 ▲농장 단위 기상재해 알림 서비스는 농장 단위의 상세 기상 정보와 작물 생육에 맞는 재해 예측 정보를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미리 받아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기상청의 기상 정보와 농장의 지형 특성, 농촌지역 관측 기상 정보가 반영된 것으로 30m×30m(900㎡) 격자 단위로 재해 예측 정보와 함께 재해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는 기술 정보가 농장주에게 전달된다.
이밖에 ▲CA(Controlled Atmosphere·기체농도 조절) 컨테이너 활용 케이(K)-농산물 수출 ▲참외 저온 장해 경감 기술도 현장 실용화 성과에 이름을 올렸다.
◆공공분야 …가루쌀·탄소저감·친환경 등 우리 농업 과제 해결 ‘구원투수’=공공분야 연구 성과로는 ▲가루쌀(분질미)로 수입 밀 대체 ▲메탄가스 감축 벼 품종 ‘밀양360호’ ▲버섯배지 활용 친환경포장재 ▲축산물 안전진단 감지기(센서) ▲아프리카 식량난 해소를 위한 우리쌀 우량종자 보급 등 농업분야 과제 해결의 ‘구원투수’가 될 기술들이 선정됐다.
이 가운데 건식 제분(물에 불리지 않고 빻는 것)이 가능한 가루쌀 개발과 재배 기술 보급은 식량안보와 쌀값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메탄 생성균의 밀도를 감소시킨 벼 ‘밀양360호’는 논 발생 메탄가스를 줄일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다. 가루쌀 대표 품종인 ‘바로미2’ 역시 관행재배 시 중만생종 ‘새일미’에 비해 메탄가스가 36% 감축된다. 김다정 기자 kimdj@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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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도입된 농진청의 슈퍼컴퓨터 2호기.
병해충 진단 애플리케이션.
버섯배지 활용 친환경포장재.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양파수집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