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과일과 채소의 품종이 다양해지면서 소비자들이 새롭고 가치 있는 농산물을 선호하는 추세다. 또한 고급 과일에 대한 수요 역시 확장되고 있다. 해외시장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케이(K)-문화에 힘입어 국내 농산물 수출 시장이 더 확대되고 있다. 한 예로 국산 딸기와 포도는 해외에서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수출이 확대되고 있다.
수출에서 품질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수확 후 저장 및 유통 기술’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아직 수출 관련 생산자와 유통인들에게는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지 못한 게 현실이다. 수출은 국내보다 유통 기간이 길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좋고 가치 있는 과일을 생산했다고 할지라도 그 제품을 상대국 소비자가 소비할 때까지 그 품질이 지속되지 못한다면, 그 제품은 곧바로 ‘배상 청구’를 받을 수밖에 없다. 이는 우리농산물의 시장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특히 과일은 수확 후에도 생생히 살아 숨 쉬는 역동적인 생물이기 때문에 가공 농산물처럼 취급하면 곧바로 썩는다. 유통단계에서 후진국의 경우 30% 내외의 손실을 본다. 한국 역시 15∼20%는 손실이 발생한다.
선진국은 농산물 유통단계에서 손실률을 최소화하기 위해 학계와 실무진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정부기관 외 유시 데이비스(UC DAVIS) 대학에서 ‘수확 후 저장 유통 분야’ 센터를 운영한다. 이곳에서 해마다 전세계인이 함께 모여 심포지엄을 열고 교육을 받는다. 이를 통해 수확 후 저장 및 유통 기술을 습득하여 부가가치를 높이고, 수출을 목표로 한 기반 기술을 갖추려고 노력한다.
우리나라도 1990년대초에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 연구부서가 설립돼 많은 연구 업적을 쌓고 지도를 해왔다. 이제 이를 확대하기 위해 수확 후 저장 및 유통 기술을 필요로 하는 소비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종합적인 정보매체가 필요하다. 그동안 주로 각각의 작목 및 기술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제는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실용화 기술을 위주로 한군데로 모아야 한다. 보는 이로 하여금 쉽고 빠르게 관련 기술을 얻어 현장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수십년 전부터 그러한 책자를 발간해 전세계에 보급했다. 우리도 이를 참고해 책을 만들고 관련한 정보 체계를 축적해야 한다. 그래야 수확 후 저장 및 유통 기술의 접근성이 높아지고 현장에서 필요한 지식 체계를 견고하게 구축할 수 있다. 그러한 체계를 기반으로 수출 검역 및 해외 경쟁력에 대응한 원예산물의 수확 후 저장과 유통 기술의 실용성을 높여야 한다.
임병선 에스앤티 컨설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