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넘게 가격 고공행진 현상 중동 정세 불안 … 변동성 커져 시설원예·축산 경영비 큰 부담 내년 예산안에 지원액 미반영 정부는 관망 … 유가보조 시급
2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고유가 현상에 농민들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최근 급격히 불안해진 국제정세로 기름값이 더 오를 여지가 있는 만큼 동절기 농가의 경영비 부담을 덜어줄 정부 지원이 절실해진 상황이다.
면세유 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2022년 이후 줄곧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오피넷(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에 따르면 면세유 가격은 1ℓ당 올 1월 1300원대(경유 기준)까지 치솟다가 7월 1000원 수준으로 잠시 떨어졌지만 이후 줄곧 오름세를 그리고 있다. 11월 둘째주에는 면세휘발유가 1162.59원, 면세경유는 1286.75원, 면세등유는 1247.71원을 기록했다.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충돌로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당분간 면세유 가격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기름으로 난방을 하는 시설원예농가와 축산농가는 면세유 가격 상승에 따른 경영비 부담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송강섭 한국파프리카생산자자조회 사무국장은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난방을 하는 파프리카농가는 최근 2년 동안 기름값 부담이 급격히 커졌다”며 “일본으로 수출하는 파프리카는 역대급 엔저 현상으로 값이 떨어져 농가소득은 줄어드는 데 반해 생산비만 계속해서 오르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밝혔다.
정부가 나서서 면세유 가격 상승에 따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지만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는 관련 예산이 한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정부는 유가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소극적인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농가들은 올해 정부가 기름값이 안정세로 접어들었다고 판단한 때조차 러·우 전쟁 이전과 비교하면 면세유 가격이 40∼50% 올랐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러·우 전쟁 이전만 해도 겨울철 농가들이 시설하우스 난방용으로 쓰는 면세등유 가격은 1ℓ당 700∼800원 수준이었다.
국회에서도 유가 상승에 따른 농민 지원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충남 당진)은 “올해 면세유 가격은 이전보다 50% 가까이 올랐는데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는 면세유 지원 예산이 반영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윤미향 무소속 의원(비례대표) 역시 “국회의 정부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유가보조금 지원 예산을 꼭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올초 한시적으로 시행한 ‘시설원예농가 유가보조금’을 내년에도 이어가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초 시설원예농가를 대상으로 지난해 10∼12월 사용한 난방용 면세유에 대해 1ℓ당 최대 130원을 지원했다. 당시 이를 위해 편성한 예산은 151억원이었다. 이후 중앙정부 단위에서 농가들을 대상으로 한 유류비 지원은 없었다. 정부가 고유가 상황에 대응해 2021년 11월 ‘유류세 인하 조치’를 꺼내 든 이후 올 연말까지 2년 넘게 유류세를 인하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다만 강원·전북·전남·경남·제주 등 지방자치단체는 도내 농가들을 위해 자체 예산을 편성, 유류비를 지원했다.
예산당국은 물가안정 차원에서 농가 유가보조금 직접 지급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최근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졌지만 올들어 국제유가가 안정된 상황이기 때문에 상황을 좀더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오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