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공사, 강서시장 조치 … 도매법인·시장도매인 동시 반발 통로 4곳에 방벽·차단기 설치 제한적 이동 허용·감시 강화 법인협의체 ‘완전 구분’ 주장 도매인도 영업손실 우려 밝혀
서울 강서시장에서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의 영업구역을 분리하기 위한 조치가 시행되기 시작했다. 최근 법원에서 중도매인과 시장도매인 간 불법거래를 방지하기 위해 두 영업구역을 명확히 분리해야 한다는 최종 판결이 나오자 개설자인 서울시가 후속조치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분리 과정에 선행돼야 할 면적구획 등이 이뤄지지 않아 도매시장법인 등이 반발하고 있어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시공사 “영업구역 분리 위해 양 시장 이동통로 차단”=강서시장 도매시장법인 관계자들에 따르면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10월 중순 열린 ‘제5차 강서시장(경매제) 활성화 협의체 회의’에서 영업공간 분리소송에 대한 후속조치를 발표했다. 공사는 올 9월21일 대법원이 강서청과가 서울시를 상대로 제기한 ‘영업장소 분리조치 시행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시가 제기한 상고를 심리불속행기각함에 따라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 영업구역을 명확히 분리해야 한다는 원심이 확정돼 이같은 조치를 발표한다고 밝혔다.
강서시장에선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와 시의 합동 실태조사 결과 2019∼2020년 2년 동안 시장도매인 58개사가 중도매인 144개사와 약 637억원 규모로 농산물을 불법거래 한 것으로 나타나 두 시장 사이 분리조치의 필요성이 꾸준히 대두돼왔다. 현행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은 ‘시장도매인은 해당 도매시장의 도매시장법인·중도매인에게 농수산물을 판매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이같은 불법거래를 방지하기 위해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 영업구역을 잇는 이동통로 총 4곳 중 2곳에는 차단기를 설치해 이동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나머지 2곳에는 방벽을 세워 완전 차단하는 방식이다. 이어 경매 종료 후 익일 오전 4시까지 야간 현장근무를 도입해 중도매인과 시장도매인 간 불법거래 감시를 강화하고, 거래질서 정상화를 위해 교육·홍보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도매시장법인 “공사 조치 법 규정 따라야”=문제는 강서시장의 청과부류 도매시장법인들이 해당 조치가 법원 판결과 달리 두 시장간 영업구역을 물리적으로 완벽히 분리하지 못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강서시장 청과도매법인 협의체’는 최근 서울시공사 강서지사에 공문을 보내 “양 시장간 이동통로 차단 4곳의 위치 선정 근거에 대한 투명한 공개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강서시장 내 불필요한 진통이 예상되고 이는 법적인 분쟁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협의체는 ‘법인과 시장도매인을 함께 두는 도매시장은 반입·반출 구역을 분리하거나 물류동선을 분리하는 방법으로 영업장소를 구분·분리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는 ‘서울시 농수산물도매시장 조례 시행규칙’을 근거로 공사의 조치가 법원 판결은 물론 법 규정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협의체는 “과연 차단기를 설치하는 조치가 반입·반출 구역 분리 혹은 물류동선의 분리를 명한 법원 판결의 취지에 부합하는지 검토해야 한다”며 “공사는 차단기를 통해 출하자와 구매자의 차량 출입을 계속 허용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법 규정에 반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같은 분리조치가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의 명확한 면적구획에 근거해 이뤄져야 함을 강조했다. 협의체가 공개한 ‘강서시장 개설계획’ 등에 따르면 강서시장의 총 부지면적은 20만9831㎡(6만3474평), 건물 면적은 11만2429㎡(3만4010평)다. 그중 경매제에 할당된 면적은 부지 14만3715㎡(4만3474평), 건물 8만4013㎡(2만5414평)로, 협의체는 분리조치가 이같은 건설계획에서 규정한 면적구획에 따라 엄격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협의체는 “현재 공사의 이동통로 4곳에 대한 차단은 경매제 이용자의 주차장 이용에 대한 불편을 초래하고, 도매시장법인 영업구역 중 주차장 사용을 강제적으로 축소시키는 것”이라며 “반입·반출 구역 분리는 양 시장의 정해진 면적에 근거해 정해져야 한다”고 밝혔다.
◆시장도매인도 불만…공사 “출하자·구매자 권리 우선”=한편 시장도매인 측에서도 공사 조치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최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시장도매인연합회에 따르면 10월26일 공사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현재 공사의 조치는 시장도매인을 이용하는 출하자·구매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출입구에 차단기를 설치하게 돼 향후 영업손실 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같은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분리조치를 다시 검토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사실상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이에 대해 공사는 분리조치는 출하자·구매자 권리를 우선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사 강서지사 관계자는 “법원은 유통인들의 불법수단, 즉 물류장비에 대한 차단을 주문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며 “모든 조치는 출하자와 구매자들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뤄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민우 기자
minwoo@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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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시장에서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를 연결하는 이동통로에 차단막을 설치하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