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소품종 농산물, 온라인 판로 덕 ‘활로’ … 마케팅 활용 나선 유통업체도
도매시장보다 소비자에 정보 전달 쉬워 ‘감홍’ ‘시나노골드’ 사과 등 성공사례 나와
고품질 희소품종 농산물에 대한 틈새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온라인 판로 확대에 성공한 농가들이 주목받는다.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품종의 경우 도매시장 등 오프라인 중심 유통에서 판로를 찾기 어려웠지만, 온라인에선 효율적인 마케팅 덕에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북 의성에서 4만9586㎡(1만5000평) 규모로 사과를 재배하는 박재만씨(47)는 “‘시나노골드’는 10년, ‘감홍’은 5년 재배했다”며 “과거 ‘노란색 사과는 퍼석퍼석해 맛이 없다’는 인식 때문에 ‘시나노골드’를 판매하기 어려웠지만, 최근엔 주력 품목이 됐다”고 말했다.
‘시나노골드’와 ‘감홍’은 최근 5년 사이에 인기를 얻은 품종이다. ‘시나노골드’는 1998년 일본에서 품종 등록됐다. 노란색 사과 품종 특유의 맛으로 외면을 받다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젊은 세대들에게 이색 사과로 알려지면서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감홍’ 사과는 농촌진흥청이 1992년 개발한 품종으로 고두병 발생 등 재배가 까다로웠다. 하지만 영농기술이 발전하고 소비자들 사이에 ‘사과계의 에르메스’로 소문이 나면서 재배면적이 증가 추세다.
성공 요인은 온라인 판매를 통한 소비자와의 소통이다. 희소품종을 도매시장에 출하할 경우, 품종에 대한 설명이 소비자까지 도달하기 어려워 대중성을 얻기 힘들다. 이렇다보니 보수적인 도매시장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든 구조다. 이에 농민이 직접 유통 경로를 찾거나 도매시장에 출하해 낮은 경락값을 받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반면 온라인 유통은 상세 페이지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정보 전달이 가능하다. 또한 주 고객층 역시 젊은 세대이기 때문에 ‘시나노골드’처럼 새로운 고객층에게 인식 전환이 가능하다.
이뿐만 아니라 일부 온라인 유통업체는 직매입 구조를 도입해 농가의 안정적인 생산과 수입을 보장하는 추세다. 박씨는 “경매장에서는 같은 품질의 사과여도 매일 시세 변동이 있는데, 온라인 판매는 그러지 않아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다”며 “특히 직매입 구조인 경우, 생산만 하면 구매해주니 품질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덕분에 최근 박씨는 노지 스마트팜을 구축했다. 직매입 구조의 선순환이 이뤄진 것이다.
품종 마케팅을 펼치는 온라인업체도 등장했다. 컬리의 ‘취향찾기’ ‘희소가치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예시다. 컬리는 ‘사과’라는 하나의 품목 안에서 다양한 품종을 설명해 소비자의 관심을 높이며 농민들에게 판로를 확대해주고 있다. 이번 희소가치 프로젝트는 사과(감홍·시나노골드·시나노스위트·엔부·양광)·배(창조·신고·그린시스·슈퍼골드)로 구성된다.
컬리 관계자는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품종을 소개해 미식의 즐거움을 알리고, 농민에게는 유통 확대를 제공하겠다”며 “직매입 구조 등을 통해 농가 판로 확장과 소득 확대 등 사회가치 실현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의성=최지연 기자 kite77@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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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의성에서 사과를 재배하는 박재만씨가 수확한 ‘시나노골드’와 ‘감홍’을 들어 보이고 있다. 박씨는 온라인 유통업체와 거래하며 안정적인 수입을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