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고향사랑e음 운영비 분담금'' 폭탄
입력 : 2023-10-06 16:25
수정 : 2023-10-06 16:25
행안부, 올해 실적별 요구 계획 
지방재정 보충 취지와 어긋나 

기능 개선때마다 청구 가능성 
민간플랫폼 진출 허용 등 필요

정부의 ‘고향사랑e음’ 운영비 분담 요구에 지방자치단체가 부글부글 끓는 모양새다. 올해 고향사랑기부금을 1000만원도 모금하지 못한 지자체도 운영비로 880만원을 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최근 행정안전부가 전국 243개 지자체에 내년도 고향사랑e음 유지관리 예산 편성을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고향사랑e음은 현재 유일한 고향기부금 온라인 모금 창구로 행안부가 한국지역정보개발원에 위탁해 운영 중이다.

이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각 지자체는 지난해 2600만원씩 갹출했고 올해는 운영비로 800만원을 분담했다. 플랫폼 구축에 약 70억원, 올 한해 운영비로 19억원이 투입된 셈이다. 여기에 더해 행안부는 내년 고향사랑e음 운영비로 올해의 두배에 달하는 약 36억원을 책정했다.

행안부는 운영비를 지자체의 모금 실적에 따라 차등 요구할 계획이다. 실적은 8단계로 구분하는데 모금액이 2억원 이상인 A등급 지자체에는 2870만원을, 모금액이 1000만원 미만인 H등급 지자체에는 880만원을 분담하게 하는 식이다.

지자체는 가뜩이나 모금규모가 저조한 가운데 날아든 청구서를 보고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애당초 정부가 소규모 지자체의 시스템 구축 부담을 덜어준다면서 만든 고향사랑e음이 오히려 지자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어서다. 올해 1억원가량을 모금해 분담금으로 1538만원을 내야 하는 한 지자체 관계자는 “올해 운영비 외에도 제도 홍보 등에 1억원 가까이 썼는데 실적은 이에 못 미친다”면서 “제도 활성화 없이 들어가는 비용만 늘어나 부담스럽다”고 하소연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자체가 주민 복리 증진에 도움이 되는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열악한 지방재정을 보충해주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는데, 과도한 분담금 요구로 이런 취지가 달성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실제 1000만원 미만을 모금하고도 880만원의 분담금을 내야 하는 H등급 지자체는 28곳이나 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분담금을 내면 내년에 아무런 기금사업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행안부의 이번 요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고향사랑기부금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지자체는 전년도 모금액의 15% 한도에서 기부금 모집과 운용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 하지만 행안부 청구서대로 분담금을 낼 경우 상당수 지자체는 이 비율을 초과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법을 위반하지 않으려면 기부금이 아니라 일반 예산에서 분담금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 경우 모금 실적에 비례해 분담금을 청구한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같은 요구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고향사랑e음의 하자 보수비나 고객대응센터 인건비 등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어서다. 더욱이 행안부는 이번 운영비 중에 ▲지정기부 기능 개선 ▲민간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로그인 등 추가 기능 개발 명목으로 7억1300만원을 책정했다. 현재 미완으로 평가받는 고향사랑e음이 개선될 때마다 지자체에 청구서 폭탄이 날아들 수 있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민간 플랫폼 진출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한 전문가는 “고향사랑e음은 70억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만들고도 잦은 오류와 낮은 편의성 문제를 계속 지적받는다”면서 “일본처럼 역량 있는 민간이 플랫폼을 구축하고 지자체가 지역 특성과 기금사업의 성격에 부합하는 플랫폼을 고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석훈 기자

shaku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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