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눈] 농산물 등급표준화가 필요한 이유
입력 : 2023-09-27 09:46
수정 : 2023-09-27 09:46

디지털 전환 시대에 농산물 수급안정을 위한 필수조건이 등급표준화다. 그러나 정부나 도매시장 유통 주체의 등급표준 개선을 위한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이는 그것이 왜 중요하고, 무엇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농산물 유통 분야의 디지털 전환에서 등급표준화가 왜 중요할까? 첫째, 소비자 관점에서 등급표준화는 경험재인 농산물을 상품 정보만으로 품질을 판단할 수 있는 탐색재로 바꾸는 핵심 수단이다. 실효성 있는 등급표준화로 소비자에게 품질 정보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면 농산물 유통의 상물분리를 촉진할 수 있다.

둘째, 생산자에게 농산물 품질평가의 기준을 제시해 품질 경쟁력 향상에 도움을 주고, 공동 판매나 계산에 따른 갈등을 줄여 대량 거래를 쉽게 한다. 또한 명확한 등급표준을 기준으로 브랜드를 관리한다면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셋째, 등급표준화는 유통업자의 비대면 거래를 촉진하고, 대량 출하된 농산물을 다시 선별하는 추가 비용을 줄여준다. 그리고 등급별 소비량과 구매 소비자 정보 등을 분석하면 어떤 등급의 농산물을 누구에게 판매해야 하는지 시장 세분화와 목표 고객 설정이 쉬워진다.

마지막으로 소비자 선호가 잘 반영된 국가 품질표준이 존재한다면 지방자치단체의 유통 담당자가 지역의 고유한 품질표준을 정하기 쉽고 차별화하기도 쉬워진다. 정부의 농산물 브랜드화나 산지 조직화도 수월해져 관련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

실효성 있는 등급표준화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소비자가 중시하는 품질 속성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소비자 선호를 반영하는 품질 속성을 찾기 위해 지속적인 소비자 조사와 실험, 이를 뒷받침하는 투자가 필요하다.

둘째, 실효성 있는 등급 설정이 필요하다. 현재는 특·상·보통 등 3∼4개 등급으로 구분하는데, 이 정도로는 미흡하다. 품질등급뿐만 아니라 용도나 소비기한·인증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등급화가 필요하다.

셋째, 소비자에게 등급표준 정보를 어떠한 방식으로 전달할지 정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등급 정보만 제공할 수도 있고, 품질등급과 함께 소비기한 등 추가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다. 큐알(QR)코드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하는 경우 등급표준 정보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책 당국이나 유통 주체가 등급표준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어떻게 등급표준을 마련할지 구체적 실행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이제 실효성 있는 등급표준화를 위해 행동해야 할 때다.

이춘수 국립순천대 농업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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