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주택 임대사업’ 속속 도입 … 지방소멸 극복 해법 되나
입력 : 2023-09-27 09:46
수정 : 2023-09-27 09:46
전남지역서 사업 신호탄 … 성공 여부 ‘주목’ 
2035년까지 아파트 신축 계획 
청년 17평·최대 6년 거주 가능 
신혼부부 32평·10년까지 주거 
보금자리 공급 통해 유입 유도 

법적 근거로 지속가능성 마련 
일자리 창출·기반시설 등 필요

‘아파트에서 매달 임차료 1만원만 내고 살기.’ 집값 상승, 공급 부족 등 주거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시대에 이보다 솔깃한 얘기가 있을까.

이를 방증하듯 지방자치단체들이 청년들에게 공공임대주택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사업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청년인구 유출을 막고 새로운 인구를 유입하기 위해서다. 일명 ‘만원주택’으로 통하는 이같은 정책이 지방소멸을 극복할 해법으로 전국에 확산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만원주택 임대사업을 쏘아 올린 건 전남지역이다. 화순군이 올초 18∼49세 청년·신혼부부를 대상으로 보증금 없이 월 1만원만 내면 최대 6년간 지역 아파트에서 살 수 있는 사업을 시작했다. 4월 1차로 50가구를 모집한 데 이어 8월 2차 52가구 모집 땐 청년 경쟁률이 34 대 1을 기록했다.

화순 사례가 화제를 모으면서 신안군도 8월부터 신혼부부와 미취학 자녀가 있는 가족에게 월 1만원에 연립주택을 임대하는 사업을 도입했다.

나주시는 지역에 취업한 청년을 대상으로 무상 임대주택사업을 추진 중이다. 최근엔 전북 김제시의회에서도 만원주택 도입을 제안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처럼 곳곳에서 만원·무상 임대주택 바람이 불자 전남도는 최근 ‘전남형 만원주택사업’을 통해 2035년까지 청년·신혼부부 1000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신축 아파트를 짓겠다고 선언했다. 전남 22개 시·군 가운데 소멸위험에 처한 16개 군에 매년 100∼200가구씩 보급한다는 구상이다. 우선 공모를 거쳐 빨리 착공에 돌입할 수 있는 4개 군을 선정한 후 내년부터 사업을 시행할 예정이다.

전남형 만원주택이 여느 지자체 사업과 다른 점은 청년·신혼부부 수요에 맞춘 평수의 보금자리를 공급하기 위해 아파트를 새로 짓는다는 것이다. 신혼부부는 전용면적 84㎡(32평형) 이하, 청년은 60㎡(17평형) 이하 신축 아파트에서 보증금 없이 월 1만원의 임차료로 거주할 수 있다.

거주 기간도 최대한 늘렸다. 최초 거주 기간을 기존 공공임대아파트보다 2년 긴 4년으로 정했다. 여기서 청년은 2년을 연장해 최대 6년까지 살 수 있다. 신혼부부는 자녀 1명을 출산할 때마다 3년씩 연장해 최대 10년까지 임대주택에 살 수 있다. 청년층의 결혼을 장려하기 위해 신혼부부보다 청년의 거주 기간을 짧게 잡았다는 게 도의 설명이다.

이제 관심은 사업의 지속가능성에 쏠린다. 관건은 돈이다. 도는 불요불급한 사업 예산을 정리하면 2035년까지 만원주택 신축에 도비 1800억원과 광역소멸기금·군비 등 모두 2893억원을 투입할 수 있다고 본다. 월 1만원 임대료를 유지할 수 있는 운영비 재원은 청년주거안정기금을 조성해 따로 마련한다.

도 관계자는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올해 안에 ‘전남형 청년주택 지원 조례’(가칭)를 제정할 계획”이라며 “조례에는 청년주택사업 지원 근거, 거주 자격·기간, 월 임대료 등에 대한 세부 내용을 담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원주택이 화제를 모으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선 주거정책만으론 지방소멸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많다. 소멸위험지역이 안고 있는 청년 일자리 부족과 문화·교육·의료 등 미흡한 기반시설 문제를 해소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지역에 사람을 붙잡아두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역간 불균형 문제와 인구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올 2월 기준 전체 228개 시·군·구 가운데 소멸위험에 처한 지역은 118곳(52%)에 달한다. 전남지역만 만원주택사업을 본격적으로 도입한 만큼 다른 소멸위험지역과의 또 다른 불균형 문제가 제기된다. 만원주택사업을 운영하는 지역으로 대도시뿐 아니라 인근 소멸위험지역의 인구가 몰릴 가능성도 있다.

도 관계자는 “지역 청년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주거와 일자리인 만큼 일자리 창출과 기반시설 조성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다른 소멸위험지역에도 만원주택 같은 사업이 확대돼 주거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대도시 인구를 지역으로 유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혜 기자

hybrid@nongmin.com

=CAPTION=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9월 정례조회에서 ‘전남형 만원주택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