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공공비축미 매입때 개편쌀값 적용 … 농가수취가는?
입력 : 2023-09-27 09:46
수정 : 2023-09-27 09:46
기존방식보다 가격 낮게 산출 
2021년 소급때 301억원 차이 

수확기 쌀값 하락땐 손해 커져 
시장격리 발표 등 값 지지 필요

올해부터 공공비축용 벼 매입 가격이 지난해 개편된 산지 쌀값 산정 방식에 따라 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청이 개편한 비추정평균(가중평균) 방식의 쌀값이 기존 단순평균(산술평균) 방식보다 낮게 산출되는 만큼 농가수취가 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

통계청은 지난해 10월5일자 산지 쌀값부터 단순평균 방식을 비추정평균 방식으로 바꿔 발표하고 있다. 단순평균은 조사 대상 업체의 쌀값을 모두 더한 뒤 업체수로 나눠 평균값을 도출하는 방식이다. 비추정평균은 단순평균이 실제보다 쌀값이 과다 계상되는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개편한 셈법으로, 대상 업체의 유통량에 가중치를 매겨 쌀값을 계산한다. 따라서 비추정평균 쌀값이 단순평균 쌀값보다 다소 낮게 산출된다. 통계청이 비추정평균 방식으로 개편해 발표한 지난해 10월5일자 전국 평균 산지 쌀값은 20㎏ 한포대 기준 4만4734원으로 종전 통계방식(4만7145원)보다 2411원(5.1%) 낮았다.

지난해 산지 쌀값 통계 방식이 개편될 당시 농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정부가 10∼12월 수확기 산지 쌀값을 벼값으로 환산한 뒤 연말에 공공비축용 벼 매입 가격을 결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농가가 받는 금액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 종합감사에서도 관련 지적이 나왔다. 당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 완주·진안·무주·장수)은 두 통계 기준에 따라 과거 수확기 산지 쌀값을 비교했을 때 20㎏ 한포대 기준 2019년산은 407원, 2020년산은 665원, 2021년산은 1337원의 차액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지난해 10월5일자 산지 쌀값 차액(2411원)을 공공비축미 45만t 매입에 적용할 경우 전체 농가의 수취가는 542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2021년 수확기 산지 쌀값을 적용하더라도 301억원이 줄어든다고 짚었다.

이런 우려 속에 정부는 2022년산 공공비축용 벼 매입엔 기존 단순평균 쌀값을 적용했다. 이는 통계청이 이용자의 혼란을 막고 통계 시계열을 안정시킨다는 이유로 지난해 연말까지 단순평균·비추정평균 쌀값을 병행 공표했기에 가능했다. 올해부턴 통계청이 개편된 비추정평균 쌀값만 공표하는 만큼 2023년산 공공비축용 벼 매입 가격엔 개편된 산지 쌀값 산정 방식을 적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해 쌀값이 많이 떨어진 데다 두가지 방식의 쌀값을 모두 공표했기 때문에 농가소득 안정 차원에서 2022년산 공공비축용 벼 매입 가격에 단순평균 쌀값을 적용할 수 있었다”며 “올해도 컨설팅 등을 통해 이를 검토하고 있지만 법적으론 통계청이 공표하는 비추정평균 쌀값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 관건은 공공비축용 벼 매입 가격에 개편된 쌀값 통계 방식을 적용했을 때 농가가 입을 손해 규모다. 정부는 단순평균·비추정평균 쌀값 간 격차가 줄어들면서 농가수취가 하락폭도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예전엔 단순평균 쌀값이 비추정평균보다 80㎏ 한가마 기준 5000∼6000원 높았다면 최근엔 가중치가 큰 충청·전라 지역 산지 쌀값이 오르면서 1000원대의 격차를 보인다”며 “지난해의 경우 단순평균 대신 비추정평균 쌀값을 적용했을 때 공공비축용 벼 매입 비용이 220억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면 올해는 50억∼60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10∼12월 평균 산지 쌀값이 공공비축용 벼 매입 가격으로 정해지는 점을 감안할 때 수확기 쌀값이 떨어지면 단순평균·비추정평균 쌀값 간 격차가 다시 벌어지고 농가수취가 손해폭도 커질 수 있다.

임병희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현재 전반적인 작황을 봤을 때 올해 생산량이 예상 수요량을 웃돌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만큼 공급 과잉이 발생할 경우 정부가 수확기 시장격리를 추진하겠다는 발표 등을 통해 수확기 쌀값을 지지할 필요가 있다”며 “그래야 공공비축용 벼 매입 가격에 비추정평균 쌀값을 적용했을 때 농가가 입을 타격도 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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