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의 시장, 전통주 붐은 온다] 민화 담아 작품같은, 칵테일로 색다르게 … 우리술 한잔 받아酒
입력 : 2023-09-27 09:47
수정 : 2023-09-27 09:47
[1%의 시장, 전통주 붐은 온다] ⑦ 전통주의 변신은 무죄 
미술·AR 기술 등과 협업하고 
다른 술·재료 결합해 재탄생 

명절 선물이라는 선입견 탈피 
희소성에 맛까지 더해져 주목

전통주를 마신다(X), 즐긴다(O).

요즘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의 전통주 소비는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2017년 전통주 온라인 판매가 허용된 이후 전통주가 MZ세대의 술로 주목받게 되자 소비 방식도 크게 바뀌었다. 주목받는 젊은 작가들은 전통주와 협업(컬래버레이션)하고자 발 벗고 나선다. 한식과 페어링(음식과 술의 궁합) 방법을 알려주는 프로그램도 생겼다. 또 막걸리가 유네스코(UNESCO) 인류무형문화유산이 될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 이제 사람들은 우리 술을 즐기고, 문화를 마신다.

 

전통주를 관통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협업’이다. 한 분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미술, 의류, 증강현실(AR) 기술 등 여러 분야와 손을 잡고 뻗어나가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전통주를 다른 술, 재료와 결합하는 ‘믹솔로지(Mixology)’ 열풍도 분다.

 

◆NFT부터 미술 작품까지=경기 김포의 문배주양조원은 장욱진 화백의 ‘나날이 좋은 날’을 라벨에 넣은 ‘문배술 헤리티지’를 2020년 선보였다. 경기 성남 내올담의 ‘담 시리즈’엔 백소영 작가의 일러스트에 김갑순 민화 작가의 작품이 더해진 라벨이 그려져 있다.

안담윤 내올담 대표는 “세련된 그림을 라벨에 넣어 전통주는 ‘올드하다’는 편견을 깨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통주와 신기술을 접목한 협업도 눈에 띈다. 경북 문경 오미나라와 블록체인 기반 주류 아이피(IP) 플랫폼 주크박스는 지난해 업계 최초로 전통주 대체불가토큰(NFT)을 출시했다. NFT란 복제가 불가능하며 저마다 고유성과 희소성을 가지는 토큰이다. ‘고운달 마스터블렌더스 에디션 NFT’는 오미나라의 대표 전통주인 ‘고운달’의 병과 십장생도를 모티브로 한다.

경기 여주 술아원은 전통예술문화 플랫폼 ‘모던한’과 맞손을 잡고 AR 기술을 전통주에 접목했다. ‘환상 에디션’인 ‘상상주’ ‘몽상주’ ‘환상주’ 술병에는 각각 진묘수·호랑이·용이 그려져 있는데, AR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받아 라벨에 휴대전화 카메라를 가져다 대면 화면 속에서 병에 그려진 동물이 튀어나온다. 이밖에도 패션레이블 ‘워크워크’와 협업해 작업용 팬츠·앞치마 등의 의류를 만든 서울 한강주조, 가수 스탠딩에그의 ‘오래된 노래’ 가사를 전통주 라벨에 쓴 강원 철원 두루미양조장 등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술기로운 세계사’의 저자 명욱 세종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는 “명절 선물 정도로 여겨지던 전통주가 다양한 전문가를 만나 일상의 술로 변모하고 있다”며 “전통주의 확장성을 위해서는 협업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칵테일로 마셔요, 전통주=최근 전통주점이나 바(Bar)에서는 전통주를 주제로 한 칵테일도 인기다. 주류시장에 여러 종류의 술을 섞어 마시는 믹솔로지(Mixology) 열풍이 불었기 때문. 간단한 재료를 더해 전통주를 색다르게 마실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8월에 열린 ‘2023 경기술페스타’에서는 전통주 칵테일 체험행사를 운영해 호응을 얻었다. 롯데호텔앤리조트는 서울 마포구 엘세븐(L7)호텔 투숙객을 대상으로 막걸리를 베이스로 한 칵테일을 올해 연말까지 판매한다. 서울 종로구 바참, 마포구 바결, 용산구 우리술잔 등 전통주 칵테일 패키지를 제공하는 바도 많아졌다.

전통주 칵테일 문화 확산에 앞장서는 한국베버리지마스터협회는 매년 한국술을 주재료로 한 ‘코리안컵칵테일대회’를 연다. 올해가 벌써 16회째다. 올해는 바참 소속 김바오로 바텐더가 ‘안동진맥소주’로 만든 ‘이모작’이 대상으로 꼽혔다. 대회에서 우승한 바텐더들이 바에서 자기 칵테일을 내놓으며 전통주가 홍보되는 효과도 크단다. 한편 국가기술자격증인 ‘조주기능사’ 실기시험에는 진도·풋사랑·고창 등 전통주 칵테일 5종이 포함돼 있다.

이석현 한국베버리지마스터협회장은 “외국인이 한국에 여행하러 올 때도 외국 술보다 우리술로 만든 칵테일을 선호한다”며 “전통주를 새롭게 만나는 방법이 많아질수록 찾는 사람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하(전통주 소믈리에)·황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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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고운달 마스터블렌더스 에디션 대체불가토큰(NFT)’. 주크박스 ② 증강현실(AR) 라벨이 붙어 있는 ‘상상주’ ‘몽상주’ ‘환상주’. 술아원 ③ 작가들의 그림이 라벨에 들어간 ‘담 시리즈’. 내올담 ④ 올해 한국베버리지마스터협회가 주최한 ‘코리안컵칵테일대회’에서 입상한 전통주 칵테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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