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는 유네스코 무형문화재가 될 수 있을까
우리나라 막걸리가 세계적인 문화유산이 될 수 있을까? 업계는 2021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막걸리 빚기’의 유네스코(UNESCO) 인류무형문화유산(무형문화재)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유네스코 무형문화재란 전세계 인류가 보존해야 할 문화라는 뜻이다. 선정되면 국가 위상이 높아질뿐더러 유네스코 협약에 따라 연구와 보호 활동도 활발히 이뤄진다. 세계적으로 홍보 효과가 커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주류 자체로는 등재가 어렵다. 따라서 양조법을 올리는 일이 많다. 2013년에는 조지아의 크베브리 와인(Qvevri wine) 양조법이 유네스코 무형문화재가 됐다. 크베브리는 땅에 묻는 토기로, 땅속 술독에서 술을 숙성하는 조지아만의 독특한 문화다. 유네스코 등재 이후 조지아 와인 양조의 8000년 역사가 연구됐고 이어 관련 산업이 크게 성장했다. 명실공히 조지아는 와인의 나라로 불리며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엔 쿠바 럼(Rum) 양조법과 세르비아 자두 술(Plum spirit) 제조·향유 문화가 유네스코에 이름을 올리면서 후광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최근 일본도 ‘입국(일본식 누룩)을 사용한 전통주 제조 방법’의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유네스코 무형문화재 등재 과정은 어떻게 될까. 먼저 국가무형문화재가 돼야 한다. 각 나라 정부가 자국 문화재 중 후보를 골라 유네스코에 추천하면, 유네스코가 그 가운데서 최종 무형문화재를 선정한다. ‘막걸리 빚기’의 경우 2021년 선결 과제를 해결했지만 갈 길이 멀다. 국내서 유네스코 무형문화재 등재 후보만 60개가 넘는다. 이를 뛰어넘어야 하는 것.
남도희 막걸리협회 사무국장은 “국내 다른 우수한 무형문화재와 경합해 최종 후보로 선정되기가 쉽지 않다”면서 “동아시아에 쌀로 발효음료를 만들어 마시는 문화가 퍼져 있는데 막걸리를 포함해 공동 등재하는 전략을 연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유네스코는 최근 다국가 등재를 인정하며 공동 등재를 위한 공동체간 교류·협력 과정을 중요한 등재 기준으로 삼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씨름이다. 남북이 공동으로 등재를 추진했고, 2018년 성공했다. 당시 씨름공동등재추진위원장을 맡은 공성배 용인대학교 무도스포츠학과 교수는 “최근 경향을 분석하면 유네스코가 공동 등재를 선호한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 음식문화 가운데도 비슷한 사례가 많다. 전세계에서 즐기는 아라비카커피는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오만·카타르가 함께 이름을 올렸다. 올리브유와 요구르트·수산물 등으로 이뤄진 지중해식 식단과 음식을 나눠 먹는 공간·문화는 그리스 전통으로 유명한데, 실제 유네스코는 그리스를 비롯해 모로코·스페인·포르투갈·크로아티아·키프로스 등 7개국의 공동 무형문화재로 인정했다. 지유리 기자
yuriji@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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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된 막걸리를 체에 거르는 모습. 국립민속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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