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수의 로컬리즘] 로컬리즘 복원공식 ‘지역보물+구슬꿰기’
입력 : 2023-09-27 17:20
수정 : 2023-09-27 17:20
도농격차·수도권 자원독점 
비정상·불균형의 근원인자 

독과점 서울 구심력에 맞설 
지방 원심력 회복·강화 필요 

중앙 의존식 균형정책 곤란 
풀뿌리주체가 복원 주도를

또 기록 경신이다. 0.7명(2023년 2분기 추정출산율). 더는 놀랍지도 않은 출산율인지라 반짝 관심마저 과분하다. 변화를 넘어 급변의 속도·범위·깊이를 지닌 한국의 인구통계는 역동·파격의 경로 그 자체다. 인구학의 가정조차 비켜선 표준편차 밖의 수치로 인류사상 최초·최저 통계치다. 뾰족한 카드도 없다. 출산 반전의 역전 기대보다 인구감소의 완화·적응 전략이 고작인 만시지탄(晩時之歎)이다. 원인은 수만가지다. 단, 한국적 특이 현상인 ‘도시집중 vs 지역과소’의 도농 격차를 빼놓을 수 없다. 수도권 자원 독점이 이러한 비정상·불균형의 근원 인자다. 12% 공간에 52% 인구가 몰려 사니 비용 증가, 자원 경쟁은 격화된다. 취약그룹인 청년은 고비용의 가족분화·자녀출산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정리하면 과도한 사회이동이 인구 급변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먹이가 없어 서울·수도권에 왔더니 둥지가 없어 알을 못 낳는 악순환이다. 실제 서울의 출산율은 0.5명대조차 불안하다. 그렇다고 사회이동을 폄하해선 곤란하다. 더 나은 교육·취업을 위한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의 고향 탈출은 합리적·효율적인 선택의 결과다. 더 잘 살려는 선택은 그 자체로 옳다. 다만 이게 인구 급변의 사회비용과 지속불능을 재촉하니 문제일 따름이다. 따라서 지금 당장 할 수 있고 해야 할 인구 대응은 ‘지방(저밀도·고출산)→서울(고밀도·저출산)’로의 사회 전출을 완화·경감할 해법 모색일 수밖에 없다. 우선순위는 전출 동기를 분석·해소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건강한 지방복원·순환경제의 구축이 과제다. 지방을 안 떠나도 청년세대의 미래 희망을 실현해줄 직업·주거·생활 인프라를 강화하는 식이다.

지향점은 로컬리즘(Localism)이다. 로컬공간을 건강하고 지속적인 생활단위로 재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쏠림은 결국 무너짐을 뜻한다. 인구·고용·산업·금융 등 독과점의 서울 구심력에 맞설 대체 공간 및 분업 역할로서 지방 원심력을 회복, 강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관건은 다른 접근·방식에 있다. 지금처럼 중앙정부가 기획하는 예산의존적인 도농균형책은 곤란하다. 60년 넘게 해봤는데 균형은커녕 불균형·양극화만 키웠다면 이제는 엄밀한 재구성과 유효한 뉴노멀을 품어 안을 때다. 정부의 실패는 충분히 경험했다. 달라진 로컬리즘은 기획·투입·실행·평가의 밸류체인 전체 과정에 신모델을 적극 반영하는 것은 필수다. 기업 이윤보다 문제 해결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핵심이듯 로컬복원도 아래로부터 상향식으로 시작되는 게 좋다. 지역과 운명공동체인 기업·행정·공공·학교·주민 모두 로컬리즘의 주역이다.

결국 달라진 취지와 새로운 접근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창의적 재생모델과 열정적 협업체계로 기존의 균형 발전 경로와 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역마다 경로 축적의 기반은 다르다. 모범사례조차 이식에 따른 거부반응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스스로 기획하고 추진하며 협력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바람직하다. 로컬리즘은 ‘지역활력=자원결합’일 때 지속·강화된다. 돈 쓰고 욕 먹는 전시행정과 달리 새로운 자원협력과 협치체계의 로컬리즘이 절실하다. 협력은 독불장군식 개별행동보다 탁월한 결과를 가져올 뿐 아니라 효율적이라는 것은 이미 입증됐다. 숨가쁜 양적 개발로 잊힌 협력 효과가 발휘되면 건강한 지역복원도 어렵지 않다. 로컬리즘은 숨죽였던 풀뿌리주체가 새롭고 강력하게 순환생태의 복원주체로 부각됨을 뜻한다. 튼튼한 혈관(로컬기반)과 건강한 새 피(신형주체)가 뒷받침될 때 보물찾기(지역자산 발굴)와 구슬꿰기(혁신모델 구축)를 축으로 하는 로컬리즘은 본격 시작된다.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