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협정 “시장 더 열어라” 신규 협정 “비관세장벽 낮춰라”...우리 농업, 다시 FTA 격랑 속으로
올해 칠레와 두차례 개선협상 인도와도 내년초께 진행 예정 IPEF는 연내 타결 목표 추진 대부분이 세계적인 농업 강국 국내산 농축산물 시장 직격탄
우리 농업을 둘러싼 시장 개방의 파고가 다시 거세지고 있다. 기존에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은 시장 개방폭을 더 확대하겠다면서 다시 협상 테이블에 오르고 새로운 통상협정은 농업부문의 비관세장벽마저 허물기 위해 시동을 걸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더디게 진행된 농업 강국과의 FTA 개선협상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모양새다. 통상당국에 따르면 한·칠레 FTA 제8차 개선협상은 연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들어서만 한·칠레 FTA 개선협상이 두차례 진행되는 것이다. 앞서 한·칠레 FTA 제7차 개선협상은 5월 코로나19 이후 대면으로 4년 만에 열렸다. 7차 협상이 양측의 협상요구안을 재차 확인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면 8차 협상에선 본격적인 줄다리기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한·인도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 개선협상도 가까운 시일 내에 진행될 예정이다. 한·인도 CEPA 개선협상은 2016년 6월 시작한 이후 8차례 협상이 이뤄졌지만 코로나19 등으로 중단된 이후 제9차 협상이 2022년 11월 4년 만에 진행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칠레와는 FTA 개선협상을 올해 안으로 진행하기로 했고, 인도와의 CEPA 개선협상은 구체적인 일정이 잡히진 않았지만 이르면 내년초에는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칠레와 인도 모두 세계적인 농업 강국이라는 점에서 이들 국가와의 FTA 개선협상에 대한 농업계의 우려는 클 수밖에 없다. 두 국가와 FTA를 체결할 당시 우리 농업의 민감품목은 양허(관세 인하·철폐) 대상에서 아예 제외하거나 양허를 미뤄왔다. 이에 사실상 개선협상이 기존 협정보다 농업부문에 미칠 여파는 더 클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칠레 FTA의 경우 칠레산 농축산물 1432개(HS 10단위 기준) 가운데 쇠고기·닭고기·마늘·양파·고추 등 민감품목 391개는 세계무역기구(WTO) 차원의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 종료 후 개방 수준을 다시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2001년 출범한 DDA가 참여국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끝내 협상이 결렬되자 칠레 정부는 DDA 협상 종료 후 재협상하기로 한 이른바 ‘DDA 품목’ 391개의 시장 개방에 관심을 두고 있다.
한·인도 CEPA 역시 상품부문의 양허율은 낮은 수준이다. 상품부문에서 인도가 한국에 양허한 비율은 85.3%, 한국 측 양허율은 93.7%로 다른 국가와 체결한 FTA 양허율보다 낮았다. 양국 모두 농산물 보호에 민감해 농산물 개방 수준은 이보다 더 낮다. ☞ 2면으로 이어짐
오은정 기자 onjung@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