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무더위가 지속되며 축산 현장에서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데, 유독 내리쬐는 태양이 야속하게 느껴지는 지역이 있다. 7월14~18일 집중호우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강수량을 기록했던 충남 청양이 바로 그곳이다. 해당 기간 치성천이 범람하며 목면 화양리 인근 한우농가 13곳에서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서도 구슬땀을 흘리며 피해 복구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현장을 찾아 축산농가들의 애로사항을 들어봤다. |
“하천이 범람하기 시작하자 소부터 풀어줬습니다. 강물은 농장 3m 높이까지 들어찼습니다. 비가 그치고 열흘에 걸쳐 50마리의 소 중 37마리를 찾아냈지만 나머지 소는 모두 폐사하고 말았습니다.”
임종수씨(65)는 거의 평생 소를 키워왔지만 수해로 농장이 반파되고 많은 소를 잃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임씨 농장은 치성천으로부터 불과 180m 떨어진 거리에 있는데, 하천 범람으로 농장은 물론 인근 도로까지 모두 잠기는 등 피해가 컸다. 사료빈은 완전히 망가졌고, 간이로 지은 관리사는 완전히 파손돼 흔적을 찾을 수도 없었다. 축사 바닥은 오물이 깔려 있고 퇴비사를 막아두는 데 사용했던 슬래브 강판은 축사 바깥에서 나뒹굴고 있었다.
임씨는 자식 같은 10여마리 소를 잃은 것도 슬프지만 물에 젖어 무용지물이 된 전자장비들 때문에 더 가슴이 쓰렸다. 농장 대부분이 물에 잠기면서 내부 자동사료급이기, 안개분무기, 선풍기,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등이 고장 난 것이다. 최근에 5000만원을 들여 산 스키드로더까지 물에 잠기면서 장비 피해만 수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농장이 엉망인 데다 내부 시설까지 망가져 현재 소들을 4㎞ 떨어진 지인의 농장으로 임시로 옮겨 놓은 상태다. 임씨는 “이 와중에 송아지 3마리가 태어났는데, 송아지를 돌볼 여력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면서 “정부·지방자치단체가 실질적으로 사육을 재개할 수 있도록 보다 더 많이 관심을 갖고 도움을 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상류 쪽에 자리 잡은 또 다른 한우농장엔 1m 정도 물이 들어차 소 폐사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지만 내부 설비 피해가 심각했다. 다른 농장들에선 자동사료급이기, 사료배합기, 자동급유기, 환풍기, 안개분무기 등이 물에 잠기면서 대부분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농가 입장에선 가축뿐만 아니라 축사 내 시설도 중요한 재산인데, 재해가 발생할 때 파손된 시설물에 대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체계가 부족하다는 점이 이번 사태로 여실히 드러났다.
윤동찬씨(68)는 이번 폭우로 사료배합기 2대가 물에 잠기는 피해가 발생했다. 1대당 가격이 7000만원이 넘는 고가의 장비다. 윤씨는 “보험업체에서도 ‘축사에 붙어 있는 시설 외에 별도 장비에 대해선 보장이 어려울 수 있다’고 답변했다”면서 “최근 한우농장에도 자동화설비 등이 많이 보급됐는데, 이런 보상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양군 관계자도 “재난상황종합관리시스템(MDMS)상에 피해 사실을 보고하려고 해도 축산시설 피해와 관련해선 기입하는 곳이 없어 보고를 못하는 구조”라면서 “복구 지원이 이뤄지기 위해선 축산시설 피해도 집계하도록 해당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현장 사정이 전해지면서 농림축산식품부는 급히 축산장비 복구 지원팀을 파견했다. 이날 김정욱 농식품부 축산정책관을 비롯해 농식품부 직원들과 축산설비 업체 4곳이 합동으로 농장을 점검하고 현장 수리도 병행했다. 환풍기 같은 설비는 일부 소모품 부품 교체만으로도 수리가 이뤄졌고 간단한 수리는 무상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고가의 부품을 공수해와야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때 발생하는 비용은 농가가 부담해야만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개별 농가가 일일이 설비를 복구하기는 어려움이 많으므로 앞으로 지자체가 중심이 돼 설비 업체를 섭외하고 함께 복구에 나설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나갈 계획”이라면서 “행정안전부·기획재정부와 협의해 관련 지원 예산도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강원=양재미디어 기자 yjmedia@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