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수박? … 이면엔 눈감고 값만 ‘확성기’
입력 : 2023-08-22 17:06
수정 : 2023-08-25 11:00
고물가 ‘동네북’ 농산물 
연이은 재해로 출하포기 속출 
농가소득 예년보다 급감 전망 

“농민 떼돈버는 양 비쳐져 허탈” 

산지상황 살펴 신중한 보도를

집중호우와 폭염 등의 영향으로 최근 수박값이 강세를 띠자 일부 매체들이 ‘金(금)수박’ 타령을 하며 수박값 때리기에 나서 농가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침수 피해로 한해 농사를 망친 농가들이 많은 데다, 폭염에 따른 감모로 농가들이 손에 쥐는 수취값은 오히려 줄었음에도 연일 물가불안만 강조하는 언론의 행태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18일 서울 가락시장에서 수박은 상품 1㎏당 평균 3514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8월 경락값(2610원)보다는 34.6%, 평년 8월 경락값(2252원)보다는 56.0% 높은 값이다. 수박값이 강세를 띠는 건 7월 내린 집중호우로 충북 음성, 충남 부여 등 최대 수박 산지가 피해를 본 데다 폭염으로 감모가 발생해 출하량이 줄어든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김규효 서울청과 경매사는 “7월 내린 집중호우로 충청권에서 침수 피해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8월 출하될 2기작 수박의 출하량이 급격히 감소했다”며 “거기다 낮 기온이 34℃ 이상 올라가는 등 폭염이 지속되며 감모가 발생, 시장 반입량이 예년보다 30∼40% 줄어든 영향으로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침수 등 산지 피해로 수급이 악화해 수박값이 상승했음에도 일부 매체들이 이같은 산지의 어려운 상황을 도외시한 채 물가상승에만 초점을 맞춘 보도를 쏟아내 농가들의 박탈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수박값 관련 기사들은 “수박 1통 가격이 4만원 ‘기겁’…‘내가 잘못 봤나?’” “수박 한통에 4만원?…장마·태풍 탓에 ‘金값’ 된 과일” 등 물가상승에 따른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내용만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같은 보도에 산지에선 농산물값이 언론의 조회수 장사를 위한 도구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한탄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자연재해, 생산비 상승에 따른 농가 부담 증가 등 어려운 산지 여건에는 눈을 감고 오로지 가격에만 초점을 맞춰 소비 위축만 불러일으킨다는 설명이다.

박종관 부여 굿뜨래수박공선출하연합회장은 “7월 집중호우로 9917㎡(3000평) 규모의 시설하우스가 물에 잠겨 8월 이후 농사를 포기한 상황”이라며 “이렇게 피해를 본 농가들이 많다보니 수박 출하량이 줄며 값이 뛴 것인데 마치 농민들이 떼돈이라도 번 것처럼 호도하니 허탈감이 크다”고 전했다.

실제 언론에서 ‘金수박’이 연일 화제에 오른 것과 달리 올해 대부분 수박농가의 소득은 예년보다 적을 수밖에 없다는 게 산지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박 회장은 “시설하우스 15동이 침수한 데 따른 보험금으로 3500만원을 받았지만 시설하우스 1동당 생산비가 200만원가량 들어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간신히 본전만 건진 셈”이라며 “통상 9000만원가량 매출을 올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소득은 예년보다 크게 줄어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재용 음성 생극농협 수박작목회 사무국장도 “이달 들어 폭염이 지속돼 2기작 출하물량이 많게는 60%까지 망가져 도저히 출하를 할 수 없는 상태”라며 “폭염에 따른 피해가 이렇게 크게 발생한 적은 이번이 처음으로 생산비가 지난해보다 10% 이상 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수박값을 고려해도 적자를 볼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언론의 균형 있는 보도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자칫 비판적인 보도로 농산물값이 하락할 경우 농사를 포기하는 농가들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재현 중앙청과 경매부장은 “올해처럼 산지 피해가 큰 상황에서 부정적인 보도로 소비부진이 발생해 수박값이 하락한다면 농가들의 손해가 예년보다 커질 수밖에 없다”며 “이같은 보도는 장기적으로 생산 여건을 악화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영국 부여농협 수박공동선별출하회장은 “농산물값이 뛰었다면 그 이면에 있는 산지의 상황도 균형 있게 보도해야 한다”며 “편파적인 보도로 산지 피해가 커질 경우 결국 소비자들 또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민우 기자

minwoo@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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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박값이 강세를 띠자 일부 매체들이 ‘金(금)수박’ 논란을 일으킨 가운데, 정작 수박농가들은 침수와 폭염 피해 등으로 예년보다 소득이 크게 줄어 울상을 짓고 있다. 사진은 충남 부여의 한 수박 시설하우스. 이곳 농장주는 7월 내린 집중호우로 대다수 수박이 망가져 출하를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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