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돈농가 인권 보호하고 냄새 저감 문제 해결하라”
입력 : 2023-08-22 18:20
수정 : 2023-08-25 11:00
한돈협회 등 축산단체, 추모제서 생존권 보장 촉구 
전남 보성 양돈농 극단 선택 
수개월간 악성민원에 시달려 

유사 피해 취합해 대책 요구 
“농가에만 책임 떠넘겨선 안돼”

입추(8월8일)가 지났지만, 여전히 기온이 33℃까지 오르며 무더위가 이어졌던 16일 오후 1시.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앞에는 검은 정장을 입은 축산농가 200여명이 집결했다.

농가들이 한자리에 모인 건 최근 스스로 생을 마감한 전남 보성의 한 양돈농가의 넋을 위로하는 추모제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약 40년간 양돈업에 종사했던 고인은 2019년 전남도 동물복지형 녹색축산농장으로 지정받고, 2021년엔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깨끗한 축산농장 인증을 받을 정도로 축산냄새 저감을 실천하며 주민과 화합하고자 노력해왔다. 매년 모교에 장학금을 지원하고 수시로 지역사회에 기부활동을 하는 등 주위에서 많은 존경을 받아온 농가였다.

하지만 고인은 최근 수개월간 축산냄새와 관련한 반복된 민원에 시달렸던 것으로 밝혀졌다. 민원이 발생할 때마다 보성군 담당자의 현장 실태 점검이 이뤄졌고, 담당자로부터 냄새 저감 조치를 해달라는 요구와 법적 사육밀도를 준수해달라는 요구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일이 여러차례 반복되자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됐을 것이란 게 유족의 전언이다.

이날 추모제에는 대한한돈협회 손세희 회장 및 임원진, 이재식 전국양돈조합장협의회장, 박광욱 도드람양돈농협 조합장 등 한돈농가들을 비롯해 이승호 한국농축산연합회장(한국낙농육우협회장), 김삼주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전국한우협회장), 오세진 대한양계협회장, 윤화현 한국양봉협회장, 김창만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장 등 축산단체장이 함께 참석했다. 이들은 환경부 앞에 설치된 분향소에서 분향·헌화하고 고인을 애도했다.

김삼주 회장은 “축산업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농가들은 악의적인 민원에 시달리며 기본적인 인권 보호도 받지 못한다”면서 “정부는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세희 회장은 “고인은 국민에게 단백질을 공급한다는 사명감과 소외당하는 농촌을 지킨다는 자부심을 갖고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아온 죄밖에 없는데 60세의 나이에 생을 마감하게 된 것은 큰 슬픔이며 충격”이라면서 “농가도 지속해서 축산냄새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하겠지만, 지나친 악성 민원으로부터 농가를 보호하는 대책도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모제가 끝난 이후엔 같은 자리에서 한돈농가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기자회견도 진행됐다.

기자회견장에서 협회 임원들은 ▲악성 민원으로 축산농가가 억울한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하라 ▲한돈농가도 국민이다. 한돈농가의 인권 보장하라 ▲농가에만 축산냄새 문제 책임을 묻지 말고 근본적 해결 대책 제시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구경본 한돈협회 부회장은 “악성민원을 막기 위한 법률 및 제도 마련이 필요하고 피해 농가에 대한 보상 및 지원책 강화가 필요하다”면서 “정부는 축산농가와 지역사회 간 소통을 강화할 대책을 내놓고 축산냄새 저감 기술 개발 및 지원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분향소는 16일부터 사흘간 운영됐다. 협회는 이와 같은 사례가 전국에서 벌어지는 것으로 보고 유사 민원 피해 사례를 취합해 환경부에 대책을 요구한다는 입장이다.

세종=박하늘 기자 sky@nongmin.com

=CAPTION=
대한한돈협회 임원들이 16일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앞에서 열린 한돈농가 생존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에서 악성민원 근절 장치 마련 등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