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 농기계, 해법은] 농업소득 감소로 매출 ‘곤두박질’ … “국내 생산기반 무너질라”
입력 : 2023-08-23 00:00
수정 : 2023-08-25 11:00
[위기의 한국 농기계, 해법은] (상) 벼랑 끝 몰린 내수산업 
올 상반기 융자판매액 3800억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 

하반기도 침체 국면 이어질 듯 
경영비 올라 농가들 지갑 닫아 
‘큰손’ 축산농 구매심리도 얼어 
“수출 집중으로 개발 위축 우려”

창문 밖은 여전히 폭염이지만 국내 농기계시장엔 찬바람이 불고 있다. 농업인구·농지 감소 등으로 위축된 상태에서 지난해 쌀값 급락의 영향까지 겹치며 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전망이 나오는 데 있다. 내수시장 위축은 업계로 하여금 ‘돈이 되는’ 수출에 눈을 돌리게 할 거란 게 중론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국내 농업 현실에 맞는 기계 개발은 점차 힘들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농업의 대표 후방 산업인 농기계산업이 무너지지 않으려면 업계뿐 아니라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제기된다.

 

2023년 상반기 한국 농기계시장은 큰 침체를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농가소득 감소와 물가상승 압박을 받은 탓이다. 특히 한꺼번에 ‘목돈’을 지출해야 하는 종합형 농기계의 경우 대부분의 업체에서 20∼30% 이상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반기 농기계시장 실적 ‘곤두박질’=농협경제지주에 따르면 2023년 6월말 기준, 즉 상반기 농기계 융자 판매액은 3846억7220만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4542억6921만원)보다 15% 줄어든 금액이다.

판매대수는 더 큰 폭으로 줄었다. 지난해 1∼6월 정부 융자를 이용한 농기계 구입대수는 1만9508대였지만 올해 상반기엔 1만5396대로 21%가 감소했다.

융자 판매액엔 드러나지 않는 업계의 체감 경기도 악화됐다. 업계에선 국내 매출이 20∼30% 이상 줄었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대표 농기계 기업인 A업체 관계자는 “상반기에만 몇백억원대의 매출이 빠졌다”며 “국내 매출 하락이 너무 심각해 업계에서도 다들 충격을 받은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2분기로 좁혀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대동의 2분기 국내 농기계 매출은 1450억원, TYM은 141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 60%, 49% 줄었다.

이같은 실적 하락의 근본적인 원인은 ‘농가소득 감소’다. 특히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농가경제조사’를 보면 지난해 농가의 농업소득은 948만5000원으로 1000만원의 문턱도 넘지 못했다. 쌀값이 25% 이상 폭락했지만 비료·농약 등의 자재값은 인상됐고, 여기에 유류비·광열비 등의 부담도 커지면서 농업소득이 전년 대비 27%나 줄어든 것이다.

농기계업계의 ‘큰손’으로 불리는 축산농가의 소득 감소 역시 업계에 영향을 줬다. 한우 등을 키우는 축산농가는 대부분 경영 규모가 크고 연중 사료·볏짚·퇴(액)비 등 무거운 짐을 한번에 옮겨야 하는 일이 잦아 대형 농기계의 자가 구매 비율이 높다.

하지만 지난해 한우고기값이 큰 폭으로 하락한 데다 국제 곡물값이 출렁이며 사료값은 고공행진을 거듭해 축산농가의 소득 또한 줄었다. 결국 농가소득 감소는 후방 산업에 직격탄을 날렸다.

◆“상황 더 나빠질 것”…우려 심각한 수준=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하반기에도 반전될 기미가 없다는 점이다. 또 다른 대형 농기계 업체인 B기업 관계자는 “하반기엔 콤바인 외에 이렇다 할 농기계시장 자체가 형성되지 않는데, 안 그래도 어려운 농가 경제에 비싼 콤바인을 살 사람이 누가 있겠냐”며 “사실상 올해 시장은 마무리 수순이라고 봐야 한다”고 토로했다.

올해도 소득 증가 요인이 없다는 전망 역시 시장에 악재로 작용 중이다. 업계에선 “자재값·인건비 등 생산비용은 여전히 높은데 농산물 가격은 조금만 올라도 ‘밥상 물가 잡기’의 대상이 된다”며 “올해도 농업소득이 오를 유인 요소가 없는 탓에 농가의 지출 역시 줄어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농기계를 유통하는 C사 관계자 역시 “내용연수가 지난 농기계를 사용하고 있는 경우 예전 같으면 구매를 고려했겠지만, 요즘은 다들 ‘1년 더 타야지’라는 반응”이라며 “하반기에도 전년 대비 매출 하락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김다정 기자 kimdj@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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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국내 농기계시장이 얼어붙어 주요 업체들의 국내 매출이 곤두박질쳤다. 주요 업체들에서 ‘내수의 손실을 수출로 메꾸는’ 상황이 반복되는 가운데 업계의 자구 노력뿐 아니라 정부의 지원도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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