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신제품 출시 사실상 중단 … 일본, 시장공백 치고 들어와
입력 : 2023-08-23 00:00
수정 : 2023-08-25 11:00
이앙기·콤바인 등 계절성 기종 

외국산 수입·유통에 잠식 위기 

“국내산에 구매보조금 더 줘야”

국내 농기계시장 위축이 심화되면서 주요 기종의 생산 중단 사태마저 벌어지고 있다.

특히 이앙기·콤바인 등 특정 시기에만 사용하는 ‘계절성 농기계’는 이제 국내 업체에선 거의 생산하지 않는 상황이다. 국내에서 이앙기·콤바인을 자체 생산하는 기업은 대동과 TYM뿐이다. ‘밥심’으로 산다는 대한민국에서 쌀 생산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농기계인 이앙기와 콤바인 생산이 거의 중단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 업계를 선도한다는 곳들도 다 외국산 콤바인을 수입해 유통·판매하는 실정”이라며 “사실 올해처럼 국내시장 매출이 줄어들면 수출이 되지 않는 이앙기·콤바인 생산을 중단하는 게 업체로선 현실적인 판단”이라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계절성 농기계의 신제품 개발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현재 이앙기를 생산하고 있는 한 업체에선 “이전에 개발한 이앙기를 아직 계속 양산하고 있지만, 향후 몇년 동안 신제품 개발 계획은 전혀 없다”며 “그나마 있던 생산라인도 줄일 판”이라고 전했다.

이같은 분위기가 계속되면 외국산 농기계에 우리 시장이 잠식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국내 업체의 계절성 농기계 생산 공백은 일본산 농기계가 빠르게 메우고 있다. 국내 농기계업체 ‘빅3’에 들어가는 LS엠트론 역시 일본 미쓰비시농업기계의 이앙기·콤바인을 수입해 판매 중이다.

현재 50∼60% 수준인 국산 점유율이 역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일본은 이앙기·콤바인 등을 우리나라뿐 아니라 벼농사를 하는 세계 각국에 폭넓게 수출하고 있어 지속적인 신제품 수요도 있다.

커져가는 국산 농기계 공백을 우려하는 업계에선 외국산·수입 제품과의 차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대로라면 국내 농업 실정에 맞는 농기계를 개발하는 업체들이 고사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한 국산 농기계업체 임원은 “이런 추세라면 국내 농기계시장을 일본·미국 기업에 내어줄 수 있다”며 “농기계 구입 자금의 융자 지원이나 지방자치단체의 구매 보조금 지원에서 국산 농기계와 외국산을 차별하도록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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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농기계시장 침체로 이앙기·콤바인 등 계절성 농기계는 국내에서 더이상 자체 생산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한 농민이 국산 콤바인으로 벼를 수확하는 모습. 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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