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메밀 장맛비에 수발아 심각…“올해 농사 망쳤다”
입력 : 2023-07-20 18:27
수정 : 2023-07-20 18:27
수확 못한 335㏊ 피해 추정
저온현상에 파종 늦어진 탓
농가 “콩농사도 덩달아 지장”
도, 현황 파악·대책 마련 나서

“수확할 날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메밀 이삭에 싹이 나버려 올해 농사는 망쳤습니다.”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에서 3만3058㎡(1만평) 규모로 메밀농사를 짓는 고강수씨(61)는 장맛비를 맞고 싹이 터 못 쓰게 돼버린 메밀을 바라보며 연신 한숨을 쉬었다.

제주도는 전체 메밀 재배면적 약 900㏊ 가운데 아직 수확하지 못한 335㏊(37%)에서 크고 작은 수발아(이삭에 싹이 트는 것)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제주는 전국 최대 메밀 주산지로서 수발아 피해가 확산하면 올해 전국 메밀 생산량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국 메밀 생산량 1967t 가운데 제주가 1127t으로 비율로는 약 57%에 이른다. 재배농가는 수확을 앞두고 매일같이 내린 장맛비가 수발아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장마가 시작된 6월24일부터 7월4일까지 메밀 주산지인 서귀포지역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비가 내렸다.

비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더라도 2∼3일은 맑은 날이 유지돼야 수확을 할 수 있는데 메밀이 마를 새도 없이 우천이 계속돼 손쓸 방법이 없었다는 것.

고씨는 “수발아가 심해 이미 밭을 갈아엎은 농가도 많다”면서 “그간 비료값·약제비·인건비 등 들인 비용이 많은데, 밭을 갈아엎는 비용까지 고스란히 더해져 빚만 느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봄철 파종기 저온현상으로 생육이 늦어진 탓에 이미 예견된 피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제주 메밀은 보통 5월 중순에서 늦어도 6월 중순이면 수확을 마무리하는데, 올해는 4월초 파종기에 저온현상으로 발아가 늦어져 생육 시기가 보름 가까이 밀렸다. 이에 따라 수확기가 장마 기간과 겹쳐 미처 수확하지 못한 농가를 중심으로 피해가 집중됐다.

고씨는 “메밀은 파종하면 3일 내로 싹이 올라오는데, 올해는 저온현상으로 열흘이 지나서야 싹이 트는 바람에 이 사달이 났다”고 설명했다.

장마가 길어질 것이라는 예보에 따라 피해규모도 덩달아 커질 것으로 보여 농가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7만6000㎡(2만3000평) 규모로 농사짓는 고성효씨(55·서광리)는 “비가 매일 오니 수확하지 못한 농가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비 소식이 있어 수확을 포기하는 농가가 속출할 것”이라고 했다.

도는 농림축산식품부에 피해 현황을 알리고 후속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김현아 도 농산특작팀장은 “농식품부에서 수발아 피해를 재해로 판단하면 발 빠르게 피해면적 조사부터 시작할 것”이라면서 “도 차원에서도 별도 대책을 마련해 농가 피해를 줄이는 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한편 대부분 메밀농가는 수확 후 밭을 정비해 콩을 심는데, 수확이 더뎌지면서 콩 작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고씨는 “늦어도 이달 10일 전에는 콩을 파종해야 하는데, 밭이 아직 정리되지 않아 콩농사에도 지장이 생길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강원=양재미디어 기자 yjmedia@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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