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무한천일대 물폭탄 수문작동안해수십곳침수 쪽파단호박농가망연자실 “책임소재가려신속보장을
“50년간 농사지으면서 이런 황당한 피해는 처음 당해봅니다. 명백한 인재인 만큼 철저한 보상이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6월30일 찾은 충남 예산군 예산읍 창소리1구·궁평리 일원. 전날 오후 3시쯤 내린 폭우로 쪽파·단호박 등을 재배하던 비닐하우스 수십곳과 논 등이 침수되는 피해를 봤다.
6월28일부터 단호박 수확을 시작했다는 김현호씨(68)는 “비닐하우스 9동이 물에 다 잠기는 바람에 단호박 수확을 시작한 지 하루 만에 수확이 끝나버렸다”며 “올봄 쪽파값이 형편없이 떨어져 궁여지책으로 단호박을 재배했는데 이마저 피해를 보고 나니 뭐라고 할 말이 없다”고 헛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물에 잠긴 단호박이 금방 썩기 시작할 텐데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며 “하우스 내 토양이 많이 유실돼 단호박 수확은커녕 8월부터 시작하는 다음 쪽파 작기도 정상적으로 진행하지 못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전날 이 지역에 내린 비의 양이 많긴 했지만 침수 피해가 발생할 정도는 아니었다는 게 인근 농민들의 설명이다. 재작년과 지난해 더 많은 비가 왔는데도 이 지역은 아무런 피해를 보지 않았다는 것. 또한 이 지역보다 비가 훨씬 많이 온 인근 서산과 태안 지역에서도 비닐하우스 침수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문제는 이 지역에서 인근 무한천으로 이어지는 배수로 수문(석양 배수문)이었다. 수문은 평소 열려 있다가 많은 비가 내려 무한천 물이 역류할 위험이 있을 때 닫히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배수로 수문은 처음부터 닫혀 있었고 폭우로 비닐하우스가 다 잠기도록 열리지 않았다. 수문은 자동으로 작동하는데, 수동으로도 열리지 않았다는 게 농민들의 증언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농민들은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두말할 것도 없이 인재가 분명하기 때문에 신속하고 철저하게 보상해야 한다”고 분노했다. 인근 사과농가 이경일씨(71)는 “수해로부터 비닐하우스를 지켜야 할 수문이 오히려 비닐하우스를 망가뜨린 주범이 됐다”고 말했다.
쪽파농가 문경순씨(74)는 “아픈 데도 많고 쪽파값도 안 좋아 농사를 쉬다가 최근에야 파종을 시작했는데 어처구니 없는 피해를 봤다”며 “쪽파 종구를 심기 직전에 침수 피해를 보는 바람에 농작물재해보험으로 보상도 못 받을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인재를 일으킨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려 합당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피해가 인재라는 점은 예산군도 인정했다. 피해 현장을 찾은 예산군 관계자는 “수문이 오작동해서 열리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양재미디어 기자 yjmedia@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