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산과 숲 가꾸는 3대’ 천인하·장희·강원씨 <경북포항> 1대, 포항시2호 ‘독림가’ 95년부터 산림경영 매진 아버지 뜻 계승 2대이어 3대도 일찌감치 진로 결정
“산을 가꾸는 일은 50년, 100년 미래를 만들어가는 일입니다. 최고의 임업 전문가를 꿈꾸지만 제가 이루지 못하면 아들이, 손주가 그 꿈을 이루겠죠.”
지구온난화로 기상이변이 일상화하는 가운데 산과 숲을 가꾸는 임업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임업직불금을 지급하면서 산림주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미래 세대가 건강하게 살아갈 세상을 꿈꾸며 대를 이어 산림경영에 매진하는 가족이 있다. 첩첩산중 경북 포항시 죽장면 두마리의 천인화(73)·천장희(44)·천강원(18) 3대(代)가 그 주인공이다.
1대 천인화씨는 포항시 2호 ‘독림가’다. ‘독림가’는 산을 모범적으로 가꾸는 전문 임업인을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천씨는 1995년 농사 대신 임업에 뜻을 두고 산을 가꾸기 시작했다. 그는 “당시 농사로는 생계를 꾸리기 힘들었다”면서 “고로쇠나무 수액 채취가 봄철 쏠쏠한 수입원이 될 수 있다는 소릴 듣고 4만9586㎡(1만5000평) 산에 고로쇠나무 600그루를 심었고 임업과 첫 인연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꾸준히 산 면적을 늘려갔다. 논밭을 팔아 산을 구입하니 이웃들이 모두 손가락질했지만, 꿋꿋하게 20년, 30년 후 소득이 될 만한 헛개나무·두릅나무·오갈피나무·산청목(벌나무)·음나무 등 약용수를 심었다.
그렇게 늘린 산이 축구장 면적 93개에 해당하는 66만1157㎡(20만평)에 이른다.
아버지의 산에 대한 애정은 아들에게로 오롯이 이어졌다. 2대 천씨는 현재 서포항농협(조합장 김주락)에서 근무한다. 그는 주말 등 틈만 나면 아버지 일을 돕는다. 덕분에 그는 2022년 포항시 7호 ‘독림가’로 인정받았다. 앞서 2019년엔 임업후계자가 됐다.
2대 천씨는 “아버지의 산림경영을 어깨너머로 보면서 막연히 생각했던 숲 가꾸기를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 임업후계자를 신청했다”면서 “기다림의 미학과 미래를 보는 안목을 아버지로부터 배우고 있다”고 했다.
올해 고등학교 2학년인 천강원 학생은 일찌감치 진로를 정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따라 올랐던 산에서 그의 꿈을 찾기로 했다. 그는 2022년 4월 임업후계자가 됐고, 대학에서 임업을 전공해 산림 전문가가 되는 게 꿈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산과 나무가 익숙했고, 자연스레 산림 전문가가 되기로 결심했다”면서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가꾼 위대한 유산을 성공적으로 경영해보겠다”고 야무지게 말했다.
포항시 죽장면 두마리와 봉계리를 잇는 해발고도 900m 배틀봉 자락 800고지 56만1983㎡(17만평) 너른 고원지대엔 3대의 미래가 자라고 있다. 2020년부터 시작한 계획 조림지다. 최소 20년을 내다보고 헛개나무·마가목·산청목을 심었다. 크게 자라날 나무 사이사이엔 오갈피나무와 두릅나무·더덕·산나물 등 2∼3년 내 소득이 될 식물을 빼곡히 심었다.
“산은 거짓말하지 않습니다. 정성과 애정을 준 만큼 정직하게 다시 돌려주죠. 하지만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내가 나무를 심으면 아들이, 아들이 나무를 심으면 손자가, 고손자가 달콤한 열매를 누릴 수 있습니다.”
보다 나은 미래를 꿈꾸며 숲을 가꾸는 3대는 너른 고원에서 해맑게 웃었다.
강원=양재미디어 기자 yjmedia@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