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논산 농촌 수해현장 찾아 농가 전폭적 도움 수차례 약속 예천·청주·익산 등 13개 지자체 ‘특별재난지역’으로 우선 선포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집중호우 피해가 큰 경북 예천군, 충남 공주시·논산시, 충북 청주시, 전북 익산시 등 13개 지방자치단체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우선 선포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히고 “이번에 선포되지 않은 지역도 피해조사를 신속히 마무리해서 기준을 충족한다면 추가 선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13개 특별재난지역에는 충북 괴산군, 충남 청양군·부여군, 전북 김제시 죽산면, 경북 봉화군·영주시·문경시, 세종시도 포함됐다.
윤 대통령은 이런 결정을 내린 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는 “호우 피해 농가 지원과 함께 농작물 수급관리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농가 피해와 지원을 각별히 챙기라는 대통령 주문이 반복되면서 관가의 움직임도 긴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날 윤 대통령은 집중호우로 농업 피해가 컸던 충남 공주·논산 일대에서 농민들을 만났다. 앞서 17일 경북 예천 산사태 피해지역 방문에 이은 두번째 농촌 수해 현장 행보였다. 국정 최고책임자가 연이틀 농촌 현장을 찾은 것도 이례적이지만 피해 농가에 전폭적인 지원을 수차례 약속한 건 유례가 없는 일이다.
공식 일정에 없던 공주·논산 방문을 긴급 결정한 윤 대통령은 수마가 휩쓸고 간 시설하우스와 축사 등을 살피며 두시간 넘게 농민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녹색 민방위복을 입은 윤 대통령이 먼저 도착한 곳은 공주시 탄천면 대학리 마을. 시설하우스 단지를 둘러보면서 “이게 지금 무슨 하우스예요?”라고 묻자, 김천기 이장이 “사과대추 하우스입니다”라고 답했다. 정 장관이 곁에서 “가을에 출하하려던 사과대추가 피해를 봤다”고 설명했다. 금강에서 범람한 물이 하우스를 통째로 덮쳤다가 빠져나간 터라 성한 모습을 한 대추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하우스 프레임이 무너지지 않은 걸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야 할 상황.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충남 공주·부여·청양)은 “(피해를 본) 작물들이 신품종이라 보험처리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농민들의 안타까운 상황을 전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농작물 피해 보상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정 장관에게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찜통 같은 하우스 안에서 복구작업을 하고 있는 육군 32사단 장병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수고가 많다”고 일일이 격려했다.
이어 방문한 축사도 참담한 모습은 마찬가지. 소들이 떠내려가 텅 빈 축사에는 진흙으로 뒤섞인 여물이 널브러져 있었다. 농장주 김모·최모씨 부부는 “2007년부터 축사를 운영했는데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김씨는 “14일 밤 축사에 빗물이 3m 넘게 차올라 소 33마리 중 22마리가 사라졌다”며 “소는 주인이 데리고 나가지 않는 한 도망치지 않는데도 피해가 컸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윤 대통령이 김씨의 손을 잡고 “고생이 많으시다”며 지원을 약속했다.
축사를 나선 윤 대통령은 인근 대학2리 마을회관에서 주민 20여명을 만나 고충을 들었다. 주민들은 “마을 지대가 얕아 상습적으로 침수가 된다”며 “배수펌프장을 설치하고 하천 정비도 해주셔야 편하겠다”고 지원을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준설도 하고 배수펌프시설도 조속히 해결하겠다”고 했다. 이어 “주택은 많이 파손되지 않은 것 같은데 농작물 피해가 커서 안타깝다”며 “충남지사, 농식품부 장관이 같이 왔는데 직접 상황을 봤으니 돈이 얼마가 들더라도 정부가 원상복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윤 대통령이 “농작물 피해 현황을 살펴서 가을걷이가 정상적일 때와 다름없도록 지원할 수 있게 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하자 주민들은 입을 모아 감사를 표하며 박수를 보냈다. ☞ 2면으로 이어짐
홍경진 기자 hongkj@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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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충남 공주시 탄천면 호우 피해 한우농가를 찾아 위로하고 물난리에도 살아남은 소들에게 여물을 주고 있다. 이 농장은 14일 내린 폭우로 3m 넘게 물이 차올라 축사에서 키우던 소 33마리 가운데 22마리가 떠내려가는 변을 당했다. 대통령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