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청원생명 맛찬동이’ 수박 명맥 잇게 해달라”
입력 : 2023-07-10 19:09
수정 : 2023-07-10 19:09
[현장] 오송 제3국가산단 개발 편입된 ‘오송바이오작목회’ 수박 경작지
47농가, 연 2400t 생산하는데
재배면적 대부분 포함돼 ‘비상’

적합한 대체 농지 확보 어려워
서평2리 등 36만㎡ 제외 요청

“35년간 공들여 키워온 ‘청원생명 맛찬동이’ 수박의 명맥을 잇게 해주십시오.”

장태순 오송바이오작목회장은 요즘 ‘청원생명 맛찬동이’ 수박을 살리러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느라 끼니조차 거를 때가 많다. 수박 재배면적 대부분이 ‘오송 제3생명과학 국가산업단지’ 개발에 편입돼 사라질 위기에 놓여서다.

장 회장은 “충북에서 가장 먼저 출하를 시작하는 ‘청원생명 맛찬동이’ 수박은 오송바이오작목회 소속 47농가가 연간 2400t을 생산한다”며 “작목회 모든 회원이 농산물우수관리(GAP) 인증을 획득할 정도로 고품질 수박 생산에 평생 공을 들였는데, 이곳에 국가산단이 들어서 지금껏 쏟은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고 생각하니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고 장탄식했다.

제3국가산단은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리·동평리·봉산리·서평리·오송리·정중리 등 6개리 일원 677만㎡(205만평)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2018년 국토교통부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선정됐으나 지난해 11월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지 전용에 ‘부동의’하며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농식품부가 이같이 결정한 까닭은 전체 개발면적의 93.6%(634만㎡)가 농업 생산기반이 잘 보전된 우량농지로 농업진흥구역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는 농식품부가 전국 산업단지 조성사업으로 10년간(2012∼2021년) 해제한 농업진흥구역 면적의 23%에 달한다.

현재 충북도(도지사 김영환)는 농업진흥구역 해제를 목표로 농식품부와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농민들은 이 과정에서 서평2리 마을을 포함한 약 36만㎡(11만평)를 제외해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농민들이 이같이 요구하는 것은 대체 농지 확보가 쉽지 않은 탓이다. 오송지역은 2010년 KTX 오송역이 들어선 후 지역개발로 농지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토지 가격도 급등해 정부의 보상금으로는 같은 면적의 농지를 지역에서 구매하기가 어려워졌다.

장 회장은 “고품질 수박 생산에는 물이 잘 빠지는 토질과 풍부한 지하수가 필수조건인데, 이처럼 적합한 땅을 지역에서 구할 수 없다”며 “이대로 개발이 진행되면 작목회 회원은 다른 곳으로 모두 뿔뿔이 흩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15개 시설하우스에서 수박농사를 짓는 서승환씨(35)는 “오송지역 농지 가격이 3.3㎡(1평)당 100만원이 훌쩍 넘고, 좋은 땅은 250만원에 육박해 보상금으로는 같은 면적의 토지를 구매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수박농사에 뜻을 두고 귀농했는데, 예상치 못한 난관에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제3국가산단 개발이 100년간 이어져온 마을 공동체의 붕괴로 이어져 고령주민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걱정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서평2리 마을에는 현재 100여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이 가운데 80세 이상의 고령농이 절반을 넘게 차지한다.

주민 서종화씨(65)는 “아들 내외와 손주 등 일곱 식구가 마을주민과 어울려 농사를 지으며 행복하게 생활해왔는데, 평생 일궈놓은 터전을 떠나 어디로 가란 말이냐”며 “고령의 마을주민 대부분은 보상금을 받고 이주권까지 판다고 해도 근방에서 집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기훈 오송제3국가산업단지 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제3국가산단 개발지역은 편입을 원하는 오송3·5리 지역과 편입을 원치 않는 서평2리 주민의 의견이 혼재돼 있다”며 “앞으로 농식품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주민 의견을 잘 반영해 ‘청원생명 맛찬동이’ 수박의 명성을 지킬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청주=황송민 기자

hsm777@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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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순 오송바이오작목회장(오른쪽부터)이 김기훈 오송제3국가산업단지 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 마을주민 서종화씨와 지도를 보며 대책을 의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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