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지방소멸, 4차산업 활용 규제혁신이 필요하다
입력 : 2023-07-04 18:31
수정 : 2023-07-04 18:31

지난해 7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는 5174만명으로 전년 대비 9만1000명이 줄었다. 인구성장률은 -0.2%로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처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871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6.8%를 차지했다. 이제 우리나라는 인구의 20% 이상이 고령인구인 ‘초고령사회’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런 인구변화는 오래전부터 진행된 농어촌 인구위기와 지방소멸 문제를 심화하고 있다. 정부는 인구감소지역 89개 시·군을 선정해 집중 관리하고 있지만, 앞으로 그 대상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소멸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의료 시설 및 인력 부족, 낙후된 교육 환경, 일자리 부족 등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열악한 의료 환경은 지방소멸을 부추기고 있다. 이런 문제를 빠르게 개선할 방안 중 하나가 원격의료지만, 현재 규제에 가로막혀 있다. 

그나마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됐는데, 방역 규제 해제와 함께 중단됐다. 다음달부터 비대면 진료가 시범사업 형식으로 일부 허용되지만 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가 허용된 약 3년간 총 1379만명이 2만5697개 의료기관에서 3661만건의 비대면 진료를 받았다. 그만큼 수요가 많다는 얘기다. 

비대면 진료는 의료계 규제개혁 주요 과제로 여러번 이슈화됐다. 하지만 의료계 반발로 채택되지 못했다. 지방은 의료 시설이 부족한데, 농어촌의 경우 의료 접근성 문제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따라서 4차산업의 비대면 기술을 적극 활용해 원격진료의 길을 열어주는 등 의료 접근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낙후된 교육 환경도 지방소멸을 가속화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청년들이 지방을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가 취약한 교육 환경이다. 자녀의 교육 때문에 높은 주거비용을 지불하고 도시에 거주하는 젊은 부부가 많다. 그러다보니 지방엔 학생수가 줄어 폐교가 줄잇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1976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폐교된 학교는 전국적으로 3896곳에 달한다. 지역별로 보면 전남(839곳)이 가장 많았고, 이어 경북(735곳)·경남(582곳)·강원(469곳)·전북(326곳) 순이다.

교육부의 면·도서·벽지 학교 통폐합 권고 기준은 학생수 60명 이하인데, 농어촌 내 폐교 기준에 해당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 하지만 이제  4차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폐교 기준 변경을 검토해야 한다. 원격교육 시대를 맞아 폐교 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것이다. 학생이나 교사 수가 적더라도 스마트 교육 환경을 조성해 도시 못지않은 교육을 농어촌에서 받을 수 있도록 개선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일자리 부족 문제도 해결이 시급하다. 지역 내 청년이 원하는 일자리가 부족한 것 또한 지방소멸을 부추기는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농어촌 내 일자리는 육체노동을 요구하면서 일정한 소득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청년세대가 농어촌을 기피하는 경향이 큰데, 청년이 선호하는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농어촌 내 스마트 환경을 조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동안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많았다. 고향사랑기부제도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올 1월 처음 시행됐다. 하지만 다방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방소멸 문제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제 농어촌에 산적한 문제를 풀고 지방소멸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4차산업 기술을 활용하고, 이를 위한 규제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농어촌에서 의료‧교육‧일자리 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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