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를 키우거나 돼지를 사육하는 농가의 최종 목표는 소비자에게 맛있는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공급하는 것이다. 농가가 돼지 키우는 것만 생각하면 농가의 고객은 돼지를 구매하는 중간상인이나 가공업자가 되지만, 맛있는 돼지고기를 생산·공급한다고 생각하면 고객은 바로 이웃집에 살고 있는 일반 소비자가 된다.
축산의 외연을 가축을 생산하는 것에서 축산물(고기, 계란, 우유 등)을 일반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것으로 넓히게 되면 사료, 동물약품은 물론 축사시설과 기자재, ICT(정보통신기술), 도축 가공, 유통이 모두 축산업에 포함될 것이다. 안전하고 맛있는 먹거리를 생산하기 위해서 이들 연관 산업이 축산물의 품질을 공동으로 보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물리적 측면뿐 아니라 지리적으로 축산의 외연을 한단계 더 넓힐 방법도 있다. 우리나라 축산업의 영역을 해외로 확장하는 것이다. 특히 제 3세계의 경우 소득이 증가하면서 축산물 소비가 급증하고 양적인 성장에 따른 질적인 욕구도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삽으로 사료를 배합하던 전근대적 축산에서 시작해 인공지능으로 배합하고 익스트루딩 사료를 생산하는 초현대적인 축산까지 모두 경험한 사람들이 아직 살아 있는 유일한 나라다. 모든 나라의 축산 발전 양상이 동일하지 않겠지만 발전 형태는 유사하므로 우리의 경험을 토대로 제3세계에 진출해 축산을 선도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가축을 직접 기르는 것을 포함해서 축산 관련 산업 모든 분야에 우리의 경험이 강점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다만, 진출하려는 나라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의 기술과 경험을 어떻게 접목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전략을 세워서 시작해야 한다. 축산의 특성상 세계화(Globalization)가 아닌 지역화(Localization)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곳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적으로 현지화 돼야 한다. 전략에 따라 현지인을 중심으로 사업을 경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술을 전수하는 것도 축산의 외연을 넓히는 한 축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조받다가 원조를 주도하는 DAC(개발원조위원회)에 가입해 원조를 제공하는 주로 변신한 나라다. 개도국에 물질적으로 지원하는 것보다 고기를 잡을 수 있는 기술을 전수하는 것이 더 근본적인 지원이 될 것이다.
축산은 한계산업이 아니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외연을 넓혀서 더 많은 사람들이 같이 참여하고 싶어 하는 산업으로 만들어야 한다.
김성훈 한돈미래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