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꽃·수입꽃, 부가세 대상인데 버젓이 면세로 팔려
입력 : 2023-10-05 14:49
수정 : 2023-10-05 14:49
일부 소매점서 면세상품으로 거래 … 우리꽃 경쟁력 위협

수입꽃 섞인 꽃다발이 나머지 국산꽃 덕에 면세되기도

국산과 섞어파는 경우 과세 기준인 ‘주된 재화’도 모호

화훼협회 “실태조사 서두르고 저가화환 과세기준 마련”

화훼 생산자단체가 국내 화훼업계에 만연한 가짜꽃과 수입꽃 탈세 관행의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현행 부가가치세법상 가짜꽃과 수입 생화는 과세 상품으로 분류돼 세금이 부과돼야 하지만 일부 자영업자들이 이들 품목을 면세 상품으로 거래해 유통 질서를 어지럽힐 뿐만 아니라 국산꽃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화훼협회에 따르면 ‘부가가치세법’ 제26조 제1항은 ‘가공되지 아니한 식료품 및 우리나라에서 생산돼 식용으로 제공되지 아니하는 농산물’에 대해서만 면세 품목으로 지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부가세의 역진성 문제를 완화하고 국내 생산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이에 따라 현재 시중에 유통 중인 가짜꽃과 프리저브드 플라워(생화를 특수 가공처리한 보존화) 등은 과세 상품으로 거래돼야 한다. 수입꽃도 마찬가지다. ‘부가가치세법’ 제27조 제1항에 따르면 수입 농산물의 경우 가공되지 않은 형태로 식용 목적으로 사용될 때만 면세에 해당된다. 따라서 수입 생화 역시 과세 대상이다.

이에 대해 권혁규 현대회계법인 회계사는 “수입 생화는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것이라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며, 가짜꽃의 경우 재산적 가치가 있는 통상적인 재화이므로 원칙적으로 부가가치세 과세 대상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현재 시중 꽃집에서 가짜꽃과 프리저브드 플라워, 수입 생화 등의 품목을 판매하려면 부가가치세법상 겸업사업자(면세·과세) 신고를 하는 게 원칙이다. 만약 겸업 신고를 하지 않고 가짜꽃 등을 면세 상품으로 거래할 경우 이는 불법적 탈세 행위로 간주돼 가산세를 부과받거나 조세범 처벌법에 따라 고발 조치될 수 있다.

하지만 시중에 유통되는 가짜꽃과 수입 생화의 상당량이 암암리에 면세 거래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본지가 서울시내 대형마트와 개인 화원 10여곳의 거래 실태를 확인한 결과 대형마트와 도매시장에서는 가짜꽃 등을 과세 상품으로 정상 거래하고 있으나 일반 꽃집 등에서는 대부분 면세 상품으로 거래하는 것을 확인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하나의 화환이나 꽃다발에 국산 절화와 수입생화 또는 조화를 섞어 쓰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주된 재화에 대한 판단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이로 인해 화훼업계 내부적으로도 큰 혼선을 빚고 있다. 양성배 경남절화연구회 부회장은 “과거 세무서에서 수입꽃과 국산꽃을 섞어 판매하는 경우, 각 비율에 따라 면세와 과세 신청을 하면 된다는 모호한 답변을 받았다”며 “과세당국에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국내 농산물이 보호받을 수 있고, 더 나아가 유통업계도 혼선이 적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 회계사는 “부가가치세법 제14조 제1항에 따르면 과세·면세 상품이 혼합된 경우, 상품을 구성하는 요소에서 주된 재화를 판단한 후 그 재화의 과세·면세를 결정한다”며 “예로 조경공사용역의 공급가액에 포함된 화초와 수목 등은 면세로 생각할 수 있지만 조경용역에 사용되는 경우 부수적인 재화로 봐 과세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생산자단체들은 저가 화환의 과세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임육택 한국화훼협회장은 “저가 화환은 가짜꽃을 90% 가까이 사용하면서 면세 혜택을 보고 있다”며 “사용 비중이 높은 가짜꽃을 주된 재화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임 회장은 “가짜꽃과 수입꽃이 면세로 거래되면 가격이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하고 이는 결국 가짜꽃과 수입꽃이 활개 칠 수 있는 기반이 된다”며 “이로 인해 국산 생화 사용 비중이 줄어 생산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만큼 철저히 실태를 점검해 적법한 거래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부가세 면제 혜택은 농민을 위해 만든 조치이지만 가짜꽃 판매업체들이 혜택을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김윤식 한국화훼자조금협의회장은 “세법상 처리를 명확히 하고 세법에서 규정한 면세제도의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라며 “보다 엄격한 조치를 적용해 유통인들도 부가세법을 준수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지연 기자 kite77@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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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의 한 꽃집에서 생화 꽃다발과 프리저브드 플라워를 함께 팔고 있다(왼쪽). 이곳에서 프리저브드 플라워(2만9000원)와 가짜꽃(8000원)을 구매하고 받은 영수증에는 두 품목 모두 부가가치세 면세 상품(*)으로 표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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