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농축협운영협의회 경찰과 함께 400여대 지원
도난 방지용 위치정보시스템(GPS) 기기가 농촌지역 농산물과 농자재 절도사건 예방과 해결에 역할을 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제주 제주시 애월읍에서 감귤농사를 짓는 양모씨는 5월8일 농장에 방풍망을 설치하려고 준비해둔 쇠 파이프를 도난당했다. 서너달 전에도 비슷한 일을 겪었던 터라 당황스러움은 물론 분노까지 느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범인은 얼마 못 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양씨가 처음 절도 피해를 보고 재발을 막기 위해 쇠 파이프에 설치한 GPS 기기가 범인 추적에 결정적인 도움을 줬기 때문이다.
양씨의 신고를 받고 GPS 기기 위치를 추적한 경찰은 사건 인근 고물상에서 기기를 발견했다. 곧바로 해당 고물상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기록을 분석했으며, 70대 남성 A씨를 용의자로 특정했다. A씨는 경찰의 추궁에 끝내 범행을 자백했다.
500원짜리 동전 크기와 비슷한 이 기기는 양씨처럼 도난이 우려되는 농기자재나 수확한 농산물을 보관하는 컨테이너 상자 등에 부착할 수 있다. 크기가 작아 절도범 눈에 잘 띄지 않고 위치도 실시간으로 추적돼 검거 효과가 크다는 평가다.
양영재 NH농협 제주시지부(지부장 이춘협) 농정지원단장은 “농산물은 물론 농기계 등 사용자가 원하는 곳에 쉽게 부착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제주시농축협운영협의회(의장 김진문·조천농협 조합장)와 제주서부경찰서(서장 임상우)는 효과적인 농산물 도난 예방책을 고민하다 지난해 처음 GPS 기기 400여대를 농촌에 보급했다. 이들은 사업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판단, 7월에도 GPS 기기를 지원할 계획이다.
GPS 기기 활용으로 절도범 검거 확률을 높이는 것도 좋지만, 피해자 양씨는 이 사업으로 농촌 절도사건이 아예 뿌리 뽑히길 바란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범인을 잡았다고 한들 잃어버린 쇠 파이프는 다시 찾을 수 없었고, 자재를 다시 확보해야 하는 탓에 방풍망 설치 일정도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절도 피해를 보면 금전적 손실은 물론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면서 “GPS 기기가 많이 보급되고 보급 소식도 널리 퍼져 추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행여라도 절도를 계획하는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추적되니 생각을 접는 게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제주경찰청(청장 이상률)은 최근 도내 마늘 출하기를 맞아 주산지인 서귀포시 대정읍·안덕면을 중심으로 순찰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집중 순찰 기간은 16일까지다.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발생한 농산물 절도사건은 총 104건으로 해마다 지속되고 있다. 특히 마늘은 수확 후 농장에서 그대로 건조하기 때문에 인적이 드문 늦은 시간엔 도난에 취약하다.
이에 제주경찰청은 관할 파출소 순찰 외에 경찰 기동대를 투입,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특별 순찰을 전개한다.
아울러 제주자치경찰단과도 협력해 낮 시간대 순찰을 강화함으로써 절도 예방에 최선을 다한다. 그뿐만 아니라 취약지역 CCTV 집중 관제, 자율방범대 등 관계기관 합동 순찰, 농협과 협력을 통한 조합원 대상 ‘농산물 도난 주의보’ 문자메시지 발송 등을 추진한다.
제주경찰청 관계자는 “농민에게 큰 절망을 주는 농산물 절도를 예방하기 위해 관계기관과 적극 대응하겠다”면서 “시기·요소별 맞춤 치안활동으로 안전한 제주를 구현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제주=심재웅 기자 daebak@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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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농축협운영협의회와 제주서부경찰서가 농산물과 농자재 도난을 예방하기 위해 농가에 보급한 위치정보시스템(GPS) 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