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풍 겹쳐 밭·과수원 ‘초토화’ 인력·농자재 선지원 후조사를
“갑작스러운 우박에 오이밭이 쑥대밭이 됐는데, 만성적인 인력난에 누구 손을 빌려야 할지, 대체작물을 심어야 하지만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눈앞이 캄캄합니다.”(박상현씨·충북 제천시 금성면)
“우박으로 상처를 입은 포도는 병충해 등 2차 피해가 발생하기 쉽기 때문에 무엇보다 살균제를 빨리 지원해줬으면 좋겠습니다.”(최영필씨·경기 포천시 내촌면)
10~11일 돌풍을 동반한 강한 비와 우박이 쏟아져 전국 곳곳에서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다.
12일 충북 제천에서 만난 박상현씨(54)의 오이밭은 그야말로 융단폭격을 맞은 듯 처참했다. 전날 오후 3시경 20분 동안 대추만 한 크기의 우박이 강풍과 함께 금성면 일대를 강타했기 때문이다. 전날까지 어른 가슴팍까지 자랐던 오이는 줄기가 꺾이고 이파리와 열매가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박씨는 “밭에 깔아놓은 멀칭필름에 구멍이 날 정도로 강한 우박에 50여농가가 봄부터 애지중지 키운 오이밭이 다 망가졌다”며 “줄기가 꺾인 것은 물론 이파리까지 남아 있지 않아 자식 같은 오이를 뽑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 것 같다”며 망연자실했다.
제천 금성농협(조합장 장운봉)은 12일 내린 우박에 지역 밭작물의 90% 이상이 피해를 본 것으로 보고 있다. 장운봉 조합장은 “나무가 뽑힐 정도의 강풍과 갑작스러운 우박에 밭작물이 전멸하다시피 됐다”며 “피해를 본 농작물을 뽑고 새 작목을 심으려면 많은 인력과 도움이 필요한 만큼 지방자치단체와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충주 중원농협(조합장 진광주)에 따르면 동량면과 금가면 일대는 사과·복숭아·고추·참깨·담배·옥수수 등 농작물 피해 규모가 전체 재배면적의 71.5%인 253㏊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12일 오전에 찾은 강원 화천군 상서면 산양리에 있는 이병찬씨(60)의 오이밭도 우박 피해의 흔적이 역력했다. 10일 오후 상서면·사내면 등 화천 북부지역에 지름 2㎝ 크기의 우박이 30여분간 기습적으로 떨어져 9917㎡(3000평)의 이씨 농장은 쑥대밭이 됐다. 언뜻 둘러봐도 오이 잎이 구멍 나거나 갈기갈기 찢겨 성한 것이 거의 없어 보였다.
밭 곳곳을 둘러보며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이씨는 “우박이 순식간에 어찌나 많이 내리던지 바닥이 온통 새하얘졌고, 차 유리가 깨질까봐 운행조차 힘든 상황이었다”며 “오이 생장점이 다 망가진 상황이라 어떻게 살려본다 해도 수확량이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 같아 막막할 따름”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 5면으로 이어짐
제천·충주=황송민, 화천=김윤호, 청도=유건연, 포천=오영채, 진안=박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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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충북 충주시 동량면 일대 사과밭을 덮친 우박으로 수확을 한달여 앞둔 ‘쓰가루’ 사과가 처참하게 떨어져 바닥에 나뒹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