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던 음식·취미생활 용품… 고인을 그리고 유족을 위로해요
입력 : 2023-06-08 11:01
수정 : 2023-06-08 11:01
[기억과 추억] ‘미니어처’에 추억을 담다

고인이 생전에 좋아하던 음식, 취미생활 용품을 미니어처로 만들어 봉안당에 넣는 새로운 추모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이를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서울 용산구 소재 ‘미니미소’의 구승연 대표를 만나봤다.

 

“미니어처를 봉안당 안에 넣을 때면 고인에게 선물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들 해요. 매년 생일마다 미역국이 올라간 생일상 미니어처를 주문하고 추석엔 송편을 빚어 넣어주는 거죠. 고인을 살뜰하게 챙기면서 존재를 잊지 않는 거예요.”

구 대표는 올해로 10년째 미니어처를 만들고 있다. 그에겐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작품이 몇개 있다. ‘초인종 의인’ 안치범씨 봉안당에 들어간 하얀 운동화 미니어처가 그렇다. 안씨는 2016년 원룸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집집마다 초인종을 눌러 수많은 사람을 대피시켰으나 본인은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났다. 완성품을 받아본 유족은 “얼마 전 (고인이) 꿈에 나와서 대뜸 신발 하나 사달라는데 뭘 어떻게 해줘야 할지 모르겠어서 답답했다”며 “신발 미니어처를 봉안당에 넣어뒀으니 이렇게라도 소원을 들어줄 수 있어 다행이다”라며 구 대표 두 손을 꼭 잡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봉안당에 넣는 미니어처는 30㎝를 넘지 않는 것이 좋다. 안치 공간에 유골함·사진도 함께 넣어야 해서 여유가 많지 않다. 가까이 들여다보면 라면 냄비가 100원짜리 동전만 하지만 금방이라도 매운 냄새가 풍겨올 듯 생동감 넘친다. 디테일 하나라도 놓치지 않는 것이 비법이다. 책장에 꽂혀 있는 책 수십권 제목도 그대로 옮겨 적고 성경책은 고인이 평소 좋아하던 구절이 잘 보이도록 해당 페이지를 펼쳐 만든다.

“보통 유족분들이 전해준 사진을 참고해 만듭니다. 혹시 참고할 사진이 없다면 유족분들과 수차례 도안을 주고받으며 추억을 재현해내려고 노력해요.”

미니어처 제작 기간은 평균 3∼5일이다. 재료를 찾는 것이 핵심이다. 점토도 빵에 어울리는 푸석한 질감, 달걀프라이에 어울리는 매끈한 질감 등 종류가 다양하다. 나무로 만든 소품이면 직접 목공 작업을 하고 조개 같은 것은 생물 껍데기를 활용한다. 수산물 시장 매대를 미니어처로 만들 때는 시장에 가서 생선을 얹어놓는 파란 비닐을 얻어오기도 한다.

“진짜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면 어떻게든 재료를 구합니다. 생동감 넘쳐야 유족분들이 완성품을 보면서 고인과의 추억을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단 생각 때문이죠. 그뿐만 아니라 침실에 널브러진 옷가지, 인형, 휴대전화 등 소지품을 일일이 세밀하게 만들어 방금까지 고인이 머물다 간 것처럼 표현하곤 합니다.”

구 대표가 가장 뿌듯할 때는 유족들이 후기를 들려줄 때다. 몇몇 사람들은 미니어처를 봉안당에 넣은 사진을 찍어 보내주며 감사 인사를 하기도 한다.

“한 의뢰인은 ‘우리 딸 자리가 여기서 제일 예뻐졌어요’라며 눈시울을 붉히며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어요.”

서지민 기자

west@nongmin.com

=CAPTION=
봉안당 안치단에 고인을 추억할 수 있는 것을 미니어처로 만들어 넣어둔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고인이 다니던 교회 건물, 좋아하던 음식으로 차린 술상, 주말마다 다니던 캠핑장을 재현해놨다. 김원철 프리랜서 기자
구승연 ‘미니미소’ 대표가 직접 만든 미니어처 작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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